“바이오산업 이끈다”
3공장에 총 1조9,000억원 투입
시설확충 및 바이오에피스 투자
“복제약만으론 한계”
위탁생산과 신약개발 다른 영역
성장하려면 신약개발 도전해야
삼성물산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0일 상장되는 가운데 제약업계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의 대규모 투자가 국내 바이오 산업의 성장을 이끌 것이란 기대도 크지만 대기업이 신약개발 도전이나 기술혁신 없이 자본력만 앞 세워 손쉽게 시장에 진입하려 한다는 비판도 적잖다.
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이날 일반 투자자 공모주 청약이 시작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후 시가총액은 9조원 안팎에 달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분간 바이오의약품(생체에서 나온 물질로 만든 약) 공장 완공과 시험생산 등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3공장까지 완공되는 2018년 말엔 총 36만리터의 생산규모를 갖출 예정이다. 세 공장에 투자되는 자금도 1조9,000억원에 이른다. 바이오 산업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관심사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시설 확충뿐 아니라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투자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블록버스터’ 약으로 불리는 관절염 치료제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판매, 개발하고 있다. 엔브렐을 복제한 브렌시스와 레미케이드를 복제한 렌플렉시스는 국내와 유럽에서 시판 중이고,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이들 제품이 지금은 미국 협력사인 바이오젠의 덴마크 공장에서 만들어지지만, 곧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에서 생산된다.
삼성이 바이오산업에 진출하면서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의약품 위탁 생산을 선택한 건 이 분야의 위험을 피해 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신약 후보물질이 상업화에 성공할 확률은 10% 안팎에 불과한데 비해 복제약 개발은 실패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더구나 삼성이 만드는 바이오시밀러의 원제품은 모두 세계시장에서 매출 10위 안에 포함됐다. 또 바이오의약품은 생체 물질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엄격한 기준을 갖춘 첨단 생산설비가 필요해 중소ㆍ중견기업이 쉽게 들어오지 못한다. 한 바이오기업 회장은 “생산기반을 바탕으로 리스크를 줄여 일단 시장에 진입한 다음 자체 브랜드를 키워가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성장해온 과정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계에선 삼성의 행보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한 대학 교수는 “복제약과 장치산업만으로는 국내 바이오 시장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은 신약개발에 도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신약개발 기술을 연구하는 다른 대학 교수도 “바이오의약품 위탁 생산은 신약개발과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며 “용역 받아 만드는 비즈니스 모델이 국내 바이오산업 전반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지는 의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업계도 삼성이 바이오 산업에 장기적으로 더 큰 틀에서 기여하길 바라는 분위기다. 한 바이오기업 대표는 “지금도 우리나라 바이오 기업의 우수한 기술이 기술 수출 등의 형태로 다국적 제약사로 넘어가는 상황”이라며 “진짜 바이오기업으로서 성장하려면 결국 신약개발에 도전해 성공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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