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로 청와대 기능이 사실상 멈춘 가운데 한미 관계와 대북 제재 등 주요 외교ㆍ안보 현안 논의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의 이해가 배제된 논의가 자칫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1일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과 존 케리 국무장관이 뉴욕에서 중국의 양제츠(楊洁篪)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회동했다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두 나라를 더 오래 가고, 안정적이며, 생산적인 양자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데 진전이 있었음을 평가했다”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 미국과 중국 사이의 차이점을 건설적으로 다뤄 나가는 한편, 지역과 세계적 차원의 도전들에 대한 실질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해, 핵ㆍ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북 제재문제가 협의됐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일부에서는 그 동안 계속 지연되어온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에 관한 담판 협상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 핵 무장에 대한 미국 입장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을 방문 중인 국회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 원유철, 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이날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미국 관계자들이 한국의 자체 핵 무장론에 대해 여전히 반대 입장을 강조하면서도 한국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언급했다”고 말했다. 두 의원은 이에 앞서 중앙정보국(CIA) 관계자들과 국가정보국(DNI) 동아시아정보관 등과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당국 실무자들의 언급이지만 ‘핵무장 용인론’으로 비쳐질 수 있는 이런 발언은 한국의 자체 핵무장에 대해 강력히 반대해온 미 정부의 입장과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물론 외교 소식통들은 간담회 직후 “한국의 핵무장에 반대하는 미국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정보당국 최고수장인 제임스 클래퍼 DNI 국장이 ‘비핵화’ 대신 ‘핵 동결’을 북핵 문제 해결의 현실적 방안이라고 밝힌 것과 맞물려, 미국 내부에서 정권 교체기에 한반도 정책에 대한 미묘한 변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