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박정환 9단
흑 탕웨이싱 9단
<장면 4> 대국 장소인 응씨빌딩은 상하이의 번화가 난징루 부근에 위치한 18층짜리 건물로 잉창기가 생전에 설립한 바둑교육기금이 건물주다. 1층부터 7층까지 잉창치바둑학교가 쓰고 있고, 나머지는 임대를 주고 있다. 잉창치 사후 사업 부진으로 개인 소유의 재산은 대부분 소실됐지만 기금 소유인 응씨빌딩은 온전히 남았기 때문에 여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응씨배를 비롯한 여러 가지 바둑보급사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응창치바둑기금은 아들 잉밍하오가 이끌고 있는데 그 역시 70을 넘은 나이지만 선친의 뜻을 이어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응씨배를 계속 개최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잉창치가의 대를 이은 바둑사랑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
탕웨이싱이 1로 하변을 차지하자 박정환이 2로 우상귀 삼삼에 쳐들어갔다. 초반에 상변에서 두텁게 세력을 형성했기에 <참고1도> 1, 3으로 계속 중앙에 중점을 두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기본적으로 실리를 중시하는 박정환이므로 일단 집의 균형을 맞추기로 마음먹은 것 같다.
우상귀에서 5부터 8까지 진행한 다음 A로 두 칸 벌리면 보통인데 탕웨이싱은 백의 두터움을 의식해서 9로 한 칸 높게 벌렸다. 박정환이 바로 10으로 쳐들어가자 11로 바짝 다가선 건 당연하다. 백이 <참고2도> 1로 뛰어 나가면 2로 씌우는 게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박정환이 12로 날일자하자 즉각 13, 15로 나와 끊었고 이후 16부터 20까지 피차 거의 외길 수순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