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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박-최 게이트와 국가안보

입력
2016.11.0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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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사적인 관계를 이용하고 공적인 과정에 개입해 상상불허의 사익을 추구했다. 그래서 최순실 게이트라 불리지만, 박 대통령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국가정책 결정에 비선 인사를 지속해서 끌어들여 국정을 혼란스럽게 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박-최 게이트다.

박-최 게이트의 특징은 대통령과 일개 민간인이 공모해 많은 분야의 국정을 불법 탈법적으로 개입한 데 있다. 여기에 국정 농단이 외교안보와 대북정책에까지 미친다는 점을 특징으로 추가할 만하다. 최순실이 사용했다는 태블릿PC에는 200여 개의 파일이 있었고 그중 대통령 연설문 44개가 저장돼 있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상징하는 드레스덴 연설문은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 23시간 전에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PC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특사단 접견시 “독도 문제엔 미소로”로 응대하라는 내용도 있다. 그 동안 정치학자들은 한국 정치의 병폐 중 하나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지적해왔는데, 박-최 게이트를 보면 보다 적합한 용어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통일외교안보정책은 국가안보, 국민안전, 민족생존, 역내안정과 직결되고 민감도가 가장 높은 국정 분야이다. 그런데 개성공단 폐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시스템 배치, 차세대 전투기 도입 등에 관한 결정이 전격적이고 비합리적이고 폐쇄적인 방식으로 결정됐다. 그 시기가 최순실이 활개를 치며 박 대통령과 활발하게 ‘소통’하던 때와 겹쳐진다.

지난 2월 개성공단을 전격 폐쇄하기로 한 결정은 북한과 중국의 반발은 물론 개성공단 관련 기업, 그리고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안정을 염원하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패착이었다. 심지어 정부 내 임시 폐쇄 안도 묵살됐다. 2월 10일 정부의 폐쇄 결정 3일 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폐쇄 문제는 들은 바 없다”고 답변했다. 또 국방부가 지난 7월 8일 사드 배치 결정을 전격 발표하기 전인 6월 29일, 황교안 국무총리는 시진핑 국가주석으로부터 직접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 여기서 불거진 최순실의 개입 의혹도 검찰의 수사 범위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천문학적인 국고가 투입되는 차세대 전투기 도입 결정도 영문도 없이, 갑자기, 정치적 영향으로 뒤바뀌는 일이 벌어졌다. 2013년 9월 보잉사의 F-15SE가 차세대 전투기 최종 후보로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올랐지만 부결됐다. 그로부터 6개월 후 뒤 록히드마틴의 F-35A가 결정됐다.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그런 결정에 대해 “정무적으로 판단해 결정한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를 취재해온 일선 기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린다 김을 청와대로 여러 차례 불러들였으며 작년 말부터 최순실은 사드 배치를 이야기하고 다녔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속 수감돼 있는 로비스트 린다 김은 지난해 하반기 청와대를 최소 6차례 드나들었고, 그녀는 최순실과 2000년대 이전부터 알고 있는 친분이 두터운 사이라 한다.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 연설을 하면서 최순실의 국정 개입을 사실상 인정하면서 최씨의 개입이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습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박-최 게이트 보도를 생각할 때 국민이 박대통령의 연설을 납득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특히, 통일외교안보정책에 있어 비선 인사를 활용한 박 대통령의 처사는 사과 연설 내용과 함께 수사의 대상이 되고도 남는다.

힐러리 클린턴 미 대선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이 미 대선의 최대, 최후의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러면 박-최 게이트의 통일외교안보 정책 개입 의혹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박 대통령의 책임 있는 해명과 처신이 절실한 시점이다. 동시에 문민통제 원리를 민주적 정책 결정 시스템으로 뒷받침하는 제도 개혁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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