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는 소갈비집 외동딸이었다. K의 아버지가 갈비집을 열었던 3년간은 내 기억에도 K가 가장 예뻤던 시절이었다. 잘 닦은 자가용들이 쉼 없이 들어섰고 K와 나는 쏟아져 들어오는 손님들을 구경하며 갈비집 마당에 세워진 흔들그네를 탔다. K의 할머니는 시골 포도밭을 팔고 올라와 갈비집 주방에서 김치를 담갔다. 외할머니도 설거지를 했고 작은아버지는 숯불을 옮겼다. K의 엄마는 계산대에서 너무 바빴고 아버지도 하루 종일 고기를 썰었다. 외숙모는 콩나물을 무치고 호박나물을 볶았으며 큰어머니는 커다란 고무대야에 물을 받아 상추를 씻느라 하루에도 몇 번씩 끙끙 허리 앓는 소리를 했다.
K의 고모가 땅콩을 부숴 넣어 만든 쌈장은 기가 막히게 고소했다. 갈비집이 고작 3년을 버티고 무너진 건 K의 작은아버지 탓이라는 소문이 제일 컸다. 돈을 제법 번 작은아버지는 오리농장을 사들였고 자꾸만 소갈비 대신 오리를 팔자고 우겨댔다. 갈비집 옆 공터 주인이었던 고모는 식당을 넓히자고 K의 아버지를 꼬드겼고 할머니는 고모의 청도 들어주지 않는다고 통곡을 했다. 매일 싸움이 일자 화가 난 외할머니는 고기 대금을 챙겨 외숙모의 손목을 쥐고 떠나버렸다. 그래서 K의 엄마는 큰아버지에게 멱살을 잡혔다. 그렇게 3년이 지나자 식당이 사라졌다. K의 작은아버지는 마당의 그네까지 파갔다. K도 다시 만난 적이 없다. 요즘 뉴스를 보고 있자니 K네 소갈비집 생각이 자꾸 난다. 동네 갈비집도 아니면서 친구, 친구 언니, 친구 애인, 또 선배, 무슨 외삼촌에 단골집 사장까지 죄다 불러모은 꼴이라니. 폐업이라도 깔끔하게 잘들 하시려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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