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49) 두산 감독은 1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3차전을 앞두고 “무조건 4연승을 생각한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잠실구장에서 열린 1, 2차전을 모두 이기고 적지로 옮긴 두산은 최소 6차전까지 가야 다시 잠실로 돌아가 홈팬들 앞에서 축배를 들 수 있다. 김 감독도 그러고 싶지만 뜻대로 할 수 없는 게 야구이기에 무조건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두산이 파죽의 한국시리즈 3연승으로 21년 만의 통합우승에 1승만 남겨 놓았다. 1, 2차전과 똑 같은 패턴으로 선발투수 마이클 보우덴(30)의 역투와 한 수 위의 타선 응집력을 앞세워 6-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먼저 3승을 쓸어 담은 정규시즌 우승팀 두산은 남은 4경기에서 1승만 보태면 1995년 이후 21년 만의 통합 우승을 달성한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첫 3연승을 올린 팀은 9번 있었는데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또 4연승으로 시리즈를 마무리할 경우 2010년 SK가 삼성을 4승으로 꺾고 우승한 이후 6년 만이자 역대 7번째 ‘싹쓸이 한국시리즈’를 완성한다. 반면 3패로 벼랑 끝에 몰린 NC는 기적을 빌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역대 7전4선승제의 한국시리즈나 플레이오프에서 3패 후 4연승을 올린 팀은 단 한번도 없었다. NC는 2차전 연장 11이닝을 합쳐 3차전까지 총 29이닝 동안 단 1점만 내는 극심한 타격 부진이 결정적 패인이다.
두산 ‘판타스틱4’의 세 번째 주자는 넷 중에서도 NC에 가장 강한 보우덴이었다. 정규시즌에서 18승(7패)을 올린 보우덴은 NC전에 세 번 등판해 2승1패, 평균자책점 1.17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6월30일에는 노히트노런의 대기록을 달성할 정도로 NC에 강했다. 역시 이날도 7⅔이닝 동안 3피안타 4볼넷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3차전 MVP에 선정됐다. 11개를 잡아낸 삼진과 136개의 투구수는 정규시즌을 통틀어 올 시즌 개인 최다 기록이다.
NC 선발 최금강(27)도 4⅔이닝 동안 3피안타(1피홈런) 4탈삼진 2실점으로 기대 이상의 호투를 했지만 패전의 멍에를 썼다.
이날도 양 팀 선발 투수의 팽팽한 투수전이 전개된 가운데 먼저 찬스를 잡은 쪽은 NC였다. NC는 0-0으로 맞선 4회말 선두타자 박민우(23)의 우전안타와 상대 폭투, 나성범(27)의 볼넷으로 무사 1ㆍ2루의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4번타자 에릭 테임즈(30)가 3루수 플라이로 물러난 데 이어 5번 이호준(40)이 삼진, 6번 박석민(31)이 투수 앞 땅볼로 허무하게 이닝을 끝냈다.
‘위기 뒤의 찬스’라는 야구 정설을 입증한 건 두산 김재환(28)이었다. 김재환은 5회초 반격에서 선두타자로 나가 최금강의 4구째 139㎞짜리 직구를 걷어 올려 마산구장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선제 결승 우월 솔로아치를 그렸다. 비거리는 115m. 4회초까지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던 최금강의 퍼펙트 피칭을 깨는 한 방이었다. 정규시즌에서 37홈런과 124타점을 올리며 혜성처럼 등장한 김재환은 3차전에서도 쐐기 솔로홈런을 터뜨린 데 이어 2경기 연속 홈런으로 한국시리즈에서도 해결사 면모를 과시했다. 분위기를 탄 두산은 2사 후 양의지(29)와 허경민(26)의 연속 2루타로 1점을 보태 2-0을 만들었다. 9회초에는 허경민과 박건우가 2타점씩을 보태며 6-0으로 달아나 쐐기를 박았다.
한편 1982년 건립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를 치른 이날 마산구장은 만원 관중(1만1,000명)을 기록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지난해 1차전부터 8경기째 매진이고,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는 NC와 LG의 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7경기 연속이다.
두 팀은 2일 같은 장소에서 4차전을 벌인다. NC는 1차전 선발이었던 재크 스튜어트(30), 두산은 유희관(30)을 선발로 예고했다.
창원=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ㆍ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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