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대출금 2조원 출자전환
수은, 1조원 영구채로 떠안을 듯
정부, 구조조정 원칙 허물어
산은 2000억원 넘는 손해 보고
수은은 원금 회수 기약 없어져
정부가 공공 선박 대량 발주 등 ‘일감 몰아주기’식의 대우조선해양 지원 대책을 밝힌 데 이어, 국책은행들이 자본잠식에 빠진 대우조선에 조만간 3조원 이상의 자본확충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작년 10월 정부가 밝힌 계획보다 대우조선에 대한 총 자본확충 규모는 1조5,000억원이나 늘어나게 된다. 생사조차 불투명한 기업에 정부와 채권단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지원만 거듭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우조선에 대해 시장 예상을 웃도는 수준의 자본확충을 추진키로 수출입은행과 합의했다”며 “이를 통해 대우조선의 재무상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은과 수은은 이르면 오는 10일 대우조선 자본확충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대우조선은 올 2분기에만 1조2,000억원대 손실을 기록하며 현재 완전 자본잠식(6월말 기준 자본금 -4,582억원)에 빠진 상태다. 정부는 자본잠식이란 급한 불을 끄고 조선업 불황이 계속될 내년 시장 상황에 대비하려면 대우조선에 대해 애초 계획(2조원)보다 훨씬 많은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애초 자본확충 계획에 없던 수은을 급하게 끌어들인 이유다.
조만간 산은과 수은은 3조1,0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산은이 앞서 4,000억원의 유상증자로 자본확충에 나선 걸 고려하면 총 3조5,0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이 이뤄지는 셈이다. 산은은 우선 지난해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에 따라 최근까지 대우조선에 빌려준 2조원의 대출금을 주식으로 돌려받는 출자전환 방식의 자본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수은도 대우조선에 빌려준 기존 대출금 1조1,000억원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선 대우조선이 영구채를 발행하고 수은이 기존 대출금을 대우조선 회계장부에서 지워주고 영구채를 떠안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출자전환으로 대우조선의 주주가 되는 걸 꺼리는 수은 측 입장을 반영한 조치다.
3조원대 자본확충이 이뤄지면 대우조선은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겠지만, 정부로선 애초 세운 구조조정 원칙을 스스로 허물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정부는 애초 지원하기로 한 4조2,000억원 안에서 자본확충이 이뤄져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지만, 자본확충 규모를 늘리는 만큼 국책은행의 직ㆍ간접적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산은은 출자전환과 동시에 기존 주식을 소각하는 감자 과정에서 2,000억원 넘는 금전적 손해를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수은 역시 영구채 투자에 따른 이자 등을 받을 수 있지만 원금은 언제 돌려받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만기 연장 권리를 가져가는 만큼, 경우에 따라선 수은이 원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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