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Golden time). 생명을 살려 내기 위한 금쪽같은 시간을 말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현안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어떤 호재나 기회가 있을 때 가속을 붙이지 못하면 금세 추진동력을 잃기 마련이다.
강원도가 매각을 추진 중인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역시 그렇다. 강원도 안팎에선 국내외에 올림픽 개최로 알펜시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이 매각의 적기로 보고 있다. 올림픽이 끝나고 난 뒤 관심이 떨어지면 인수자의 ‘입질’이 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알펜시아는 강원도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1조 4,000억 원을 들여 조성한 고급리조트다.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 슬라이딩 센터 등 설상(雪上)과 썰매 종목 시설, 스키점프대, 리조트, 호텔, 워터파크 등이 자리하고 있다. 알펜시아 리조트는 2011년 2월 국제스포츠위원회(IOC)의 동계올림픽 개최 희망 도시 실사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큰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아직 어두운 그림자가 자리하고 있다. 1조원이 넘는 돈을 지방채로 충당해 건설공사를 마무리했지만 분양에 실패한 탓에 아직도 8,000여 억 원이나 되는 빚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는 영업수익만으론 부채와 쌓이는 이자를 감당할 수 없다고 보고 매각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7월 기업인수합병(M&A)전문가인 이청용(51) 사장을 전격 영입한 것도 이 맥락에서다. 이 사장은 당시 “경영지표를 끌어올린 뒤 적정 가격에 매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원투수’ 등판 이후 성적은 나쁘지 않다. 사람이 가장 쾌적함을 느낀다는 해발 700m에 위치해 있는 알펜시아 리조트는 올 여름 피서지로 각광 받았다. 900실의 콘도와 호텔 가동률이 연중 60%를 넘는다. 경영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고급 빌라 에스테이트 분양률도 끌어올렸다. 분양률 상승과 영업수지 개선, 자산 재평가를 통해 부채비율도 낮췄다. 매각을 위한 사전 작업이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게 강원도개발공사의 자체 평가다.
그렇다면 알펜시아 매각 작업은 얼마나 속도를 내고 있을까.
지난 7월초까지만 해도 알펜시아 매각이 초읽기에 들어간 듯 했다. 공사 측은 투자ㆍ매각 자문사를 선정해 중국 국영기업의 산하기관과 매각 협상에 가속을 붙였다. 관련 업계에선 ‘차이나 머니’가 곧 평창에 들어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 등 돌발변수가 발생하면서 협상이 잠정 연기된 상태다. 공사 측은 “아무래도 국영기업이다 보니 정치적 문제에 민감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원개발공사는 현재 싱가포르와 중국업체와도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싱가포르 A그룹과는 MOU문구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며, 이 회사는 실사 착수 후 2개월 이내 구체적인 거래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측은 중국의 한 기업과도 언제든지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을 차릴 준비를 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매각 대금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리조트 인수대금이 8,000억 원 가량의 부채와 비슷한 수준으로 제시되거나, 낮은 수준으로 나올 경우에 강원개발공사가 얼마나 이를 감수할 것인지를 주목하고 있다.
지역정가 역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강원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 소속 원강수 도의원은 “냉정히 말해 동계올림픽 프리미엄을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지나버렸는지도 모른다”며 “만약 민간기업이었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했을 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동계올림픽 후광 효과를 기대할 골든타임이 흘러가고 있다는 얘기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