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최순실 사태 때문에
경제 대면 보고한 지 한 달 넘어”
조윤선도 “정무수석 11개월 간
독대한 적 없다” 잘라 말해
“朴 국정농단 자초” 지적 잇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의 경제정책 총 책임자인 경제부총리는 물론 정치권과 대화 창구인 청와대 정무수석과도 소통을 거의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 정권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씨가 수시로 청와대를 드나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과 맞물려, 박 대통령이 스스로 국정농단의 가능성을 높인 것 아니냐는 정치권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불통(不通)은 1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실체를 드러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박 대통령에게 (현재) 경제상황에 대해 대면보고를 했냐’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재임 기간 중) 몇 차례 했지만, 최근 보고는 한 달이 넘은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원래) 대면 보고를 하게 돼 있었는데 이 사태(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연기 됐다”고 부연했다. 야권에서 최씨와 관련된 정부 예산을 삭감하려는 의지가 강한 상황임에도, 이에 대한 박 대통령 의중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이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예산결산 전체회의에선 박 대통령의 소통 부족이 현재뿐 아니라 과거에도 유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회의에 참석한 조윤선 문화 체육부 장관은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정무수석으로 11개월 일하는 동안 대통령과 독대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조 장관은 “회의를 하러 들어가고 나가고 그런 때나, (대통령) 집무실에서 다른 분들이 계실 때 말씀을 나눈 적은 있지만 독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예상 밖의 답변에 놀란 안 의원이 “정말이냐”고 물었지만, 조 장관은 “전화 통화는 했어도 독대는 안 했다”고 거듭 확인했다. 여야 의원들은 “박 대통령의 사람으로 알려진 조 장관마저 이럴진대 다름 사람들은 어떠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야권은 이날 국회 예결위 회의에서 “내년 예산안에 포함된 ‘최순실표’ 예산인 K-프로젝트, 늘품체조 등 사업을 철저히 점검해 정부에서 먼저 삭감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일호 부총리는 “아직 특정인이나 재단에 의해 정부 예산이 좌지우지 된 것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표했다. 그러나 야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는 여야 합의로 내년도 케이밀(K-Meal) 사업 예산 20억5,000만원을 먼저 삭감하는 등 향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정부와의 전면전을 예고했다.
국민의당은 자체 파악한 최씨 관련 정부예산 4,200억원을 삭감하는 데 당력을 집중할 예정이다. 국민의당은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사업(1,278억원) 재외한국문화원 운영(979억원) 코리아에이드사업(144억원)을 대표적인 삭감 항목으로 지목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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