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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프라다 읽기

입력
2016.11.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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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짧은 시간에 눈썰미는 어찌나 밝던지. 에쿠스에서 내려 검찰청에 들어서기까지 2분 동안 여인의 겉모습이 속속들이 파헤쳐졌다. 취재진에 떠밀려 벗겨진 단화에는 ‘PRADA’상표가 선명히 드러났다. 이내 ‘프라다 스니커즈 3S5947’로 인터넷에 떴다. 단종 제품이며 판매 당시 72만원이라는 가격까지 나왔다. 벗겨진 신발로 드러난 양말은 샤넬, 가방은 토즈, 모자는 헬렌 카민스키 제품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검찰 출두까지 명품을 걸친 최순실씨에게 사람들은 혀를 찼다.

▦ 노무현정부 시절 학력 위조와 고위층과의 스캔들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씨도 명품 패션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자서전 ‘4001’에서 신씨는 이렇게 변명했다. “검사는 내게 명품 신발이 52켤레나 있다면서 신발장 사진을 재판부에 냈다. …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운동화가 신발장 절반을 채우고 있는 것은 아예 무시됐다. … 언론은 이미 사건의 본질을 벗어나 나를 사치와 허영에 물든 여자로 묘사했다.” 또 “내가 베르사체, 페르가모를 입고 있다 한들 그게 왜 기삿거리가 되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 언론의 관심이 과한 면이 있고, 한심하다는 평도 나온다. 그러나 설명이 되지 않는 사건과 조각 같은 단서를 놓고 펼치는 추측과 상상은 합리적 의심이라는 이름에 기댄 어쩔 수 없는 과정이기도 하다. 근본을 알 수 없는 여인이 대통령 연설문과 중요 국가정책 문건을 미리 읽었던 배경에 대해 당사자들의 진실한 고백이 있기 전까지는 이해하기 어렵다. 최 여인과 그 아버지의 이력과 주변 증언에 기대어 사교니, 무당이니, 수렴청정이니, 샤머니즘 정치니 하는 온갖 뒷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 청와대나 전경련 어디를 통했든, 대기업 팔을 비틀어 모금한 800억원을 사유화한 능력, 청와대 행정관이 휴대폰을 자기 옷으로 닦아 바치는 장면에서 언뜻 비치는 카리스마 등에서 최순실은 검은 권력의 향기를 물씬 풍긴다. 스스로를 별천지 사람으로 여겼음직한 최 여인의 정신세계에서 명품이 뭔 대수였을까.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가 외교 전문에 쓴 것처럼 정말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최 여인의 부친 최태민이 제정 러시아 말기 황후가 의지했던 ‘라스푸틴’ 같은 존재였다면 최 여인에게 프라다도 그저 평범한 단화였을 터이다.

정진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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