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상당기간 증가세 지속” 경고
BIS도 ‘주의’ 등급으로 분류
올해 11조 증가 집단대출이 주도
美금리 인상 땐 한국경제 부담
가계와 기업 분야를 합친 우리나라 민간부문의 부채가 주요국보다 빠르게 늘고 있으며 앞으로도 상당기간 증가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경고했다.
한은은 1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경기회복세가 미진한데도 민간신용(가계부채+기업부채)은 다른 주요국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명목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분기마다 최대치를 경신하며 벌써 195.7%(올해 6월 기준)에 달하고, 물가를 고려한 실질 민간신용 증가율(5.9%ㆍ1분기 기준)도 미국(3.7%), 캐나다(2.5%), 일본(1.1%), 유로지역(0.8%) 등을 크게 웃도는 상황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국제결제은행(BIS)도 한국의 민간신용 갭(Gap)이 3.1%포인트(올해 1분기 기준)에 달한다며, 호주ㆍ일본ㆍ스위스 등과 함께 ‘주의’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신용갭은 명목 GDP 대비 현 시점의 부채가 장기적인 추세보다 얼마나 많은지 나타내는 수치다. 금융안정성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도구로, BIS는 신용갭이 10%포인트를 초과하면 경보, 2~10%포인트는 주의, 2%포인트 미만은 보통 단계로 구분한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는 “경보 수준으로 평가된 중국, 캐나다 보다 나은 편이지만 우리나라는 민간부채 증가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경계감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간신용 급증의 주범은 가계대출이다. 국내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올해 1~8월에만 68조6,000억원 늘었다. 2012~2015년 사이 같은기간 평균(30조3,000억원 증가)의 두 배이자 사상 최고치였던 작년 증가 수준(59조3,000억원)도 이미 넘어섰다. 한은은 “BIS 방법론을 준용해 국내 가계의 신용 갭을 산출한 결과, 작년 1분기부터 플러스로 전환해 올 2분기에는 주의 단계 임계치인 2%포인트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올해 1~8월 주택담보대출에서 생계자금으로 쓰인 비중(27.1%)이 지난해 같은 기간(24.5%)보다 늘어난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윤 부총재보는 “가계가 주택담보대출을 생활자금으로 쓰는 것은 대출 상환 측면에서 주택 구매보다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작년 상반기 1조5,000억원 감소했던 아파트 집단대출이 올해 11조6,000억원 급증했다”며 “한번 취급되면 평균 26개월간 순차 대출이 이뤄지는 집단대출이 당분간 가계대출 급증세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도 지적했다.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내년 가계부채 총액은 올해보다 130조원 증가한 1,460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상환부담이 커질 경우 한국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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