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가을인데 강원 산간지역은 첫 한파주의보가 내렸다. 얼음나라에서 불어온 찬바람은 강릉 왕산면 고랭지 밭을 뒤덮었고 수확을 기다리던 배추들은 순식간에 서리를 맞아 얼어버렸다.
한걸음 물러서 바라보니 배춧잎에 맺힌 얼음 알갱이들이 마치 김장 준비를 위해 뿌려놓은 소금 같아 보인다. 햇살에 반짝이는 서리의 모습은 언뜻 아름답지만, 생명의 숨을 잃어버린 배추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가뜩이나 배추 값마저 금값이다.
출하를 앞둔 고랭지 배추마저 먹을 수 없게 되니 벌써부터 김장을 준비하는 주부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올 겨울, 소외계층에게 김장김치를 제대로 후원해 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한다.
경제는 불황이고 정국은 어지럽다. 모두가 힘든 시기지만 이럴 때일수록 이웃과 따뜻한 정과 사랑을 나눠야 한다. 가슴 속도 배추 속도 터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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