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낮은 중국산 안전장비를 국산으로 둔갑시켜 군 당국에 납품해 수십억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업무방해 및 사기 등 혐의로 안모(43)씨를 구속하고, 그의 납품 조작을 도운 이모(64)씨 등 58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안씨 등은 2014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구명조끼나 방한복,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안전조끼 등 방산장비의 낙찰 예상 가격을 공유해 담합하고 계약 체결 후 원산지를 속여 납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 35개 방산업체 관계자들은 군이 발주한 130억원 규모의 장비 입찰 과정에서 누가 낙찰을 받든 안씨가 물품을 공급하기로 약속하고 미리 짠 가격을 제시했다. 안씨는 계약을 따내면 중국에서 들여온 제품을 국산으로 꾸며 조달청, 방위사업청 등에 납품한 뒤 63억원을 받아 챙겼다. 가로챈 돈의 10~15%는 공모업체들에 돌아갔다.
조사 결과 안씨는 입찰자격을 얻으려 유령법인을 설립해 83억원 상당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대한 공장에 재봉틀 등을 들여 놔 정상 영업장인 것처럼 속여 중소기업중앙회의 인증 서류도 발급 받았다. 그는 저질 물품을 군 당국에 납품하면서 검수 담당 직원인 군인 남모(40)씨에게 편의 제공 대가로 1,75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안씨는 처음에 목도리, 티셔츠 등 물품만 취급하다가 큰 이윤을 남기기 위해 군인과 공무원 안전에 직결되는 구명조끼, 원전 안전조끼 등 값비싼 장비에까지 손을 댔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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