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를 일으킨 적도 없는데 왠지 자숙하다가 재기한 느낌이에요.” 배우 박하선(29)이 엉뚱한 농담을 던지며 명랑하게 웃었다. 지난달 25일 종방한 tvN 드라마 ‘혼술남녀’로 지난 2년 공백을 말끔하게 지워낸 데다 드라마와 연기 모두 호평 받았으니 ‘복귀’를 넘어 ‘재기’한 기분을 느낄 만도 하다. 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박하선은 “오랜만에 출연하는 드라마라서 ‘발연기’ 한다는 소리만 듣지 말자는 심정이었다”고 속내를 꺼냈다.
SBS 드라마 ‘유혹’(2014) 이후 뜻하지 않게 오래 쉬었다. 출연 예정이던 영화와 드라마를 기다리다 제작이 무산되면서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가 버렸다. 2005년 데뷔 이후 10년간 쉬지 않고 일했던 터라 조금 쉬고 싶기도 했다. 그 사이 매니저를 사칭하는 누군가가 박하선에게 온 출연 제안을 거절하고 ‘중국 활동만 한다’는 소문을 내는 일도 있었다. “마음고생도 많이 했지만 그 시간들이 약이 된 것 같아요. 나를 걱정해주는 주변 사람들의 마음도 알게 됐고, 연기가 얼마나 소중한지도 깨달았으니까요. 예전엔 바쁜 촬영에 잠이 부족해서 힘들었는데 요즘엔 잠도 싹 사라졌어요. 일 없을 때를 생각하면서 모든 것들에 감사하게 됐어요. 철 들었나 봐요.”
마냥 놀기만 한 건 아니다. 과거 출연작들을 다시 보면서 연기를 점검하고, 발음과 발성을 개선하기 위해 뮤지컬 발성 트레이닝도 받았다. 운동으로 살도 뺐다. 탄탄하게 다진 기본기는 ‘혼술남녀’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노량진 학원가에 막 첫 발을 내디딘 국어강사 박하나 역을 맡아 사회 초년병의 애환과 고군분투를 공감 어리게 그려냈다. “강사들도 배우랑 똑같더라고요. 이름과 얼굴이 알려져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스타강사들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그분들이 꾸준히 연구하고 노력하는 모습에 자극 받기도 했어요.” 박하선은 “‘연기를 잘해서 예뻐 보인다’는 한 시청자의 댓글이 큰 격려가 됐다”며 살짝 감격에 젖기도 했다.
‘고쓰’(고퀄리티 쓰레기)라 불린 스타강사 진정석(하석진)과의 로맨스는 너무 짧게 그려져 아쉽다. ‘혼술’을 즐기는 진정석의 ‘고퀄리티 안주’를 같이 먹을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일주일 사귀다 헤어지고 그 다음주에 재회하고는 종방했다”며 뾰로통한 표정이다.
박하선은 “꼭 시즌2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노그래(노량진 장그래라는 뜻을 지닌 박하나의 별명)의 성장기와 성공담을 꼭 그려보고 싶어요. 지금보다 더 많이 망가질 각오가 돼 있답니다. 제 연기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도 꼭 채우고 싶어요.”
‘혼술남녀’ 본방송을 시청하면서 종종 혼술을 즐겼다는 박하선은 “배우들의 단체 메신저에도 혼술 사진이 자주 올라온다”고 후일담도 전했다. 또 “촬영하면서 주량이 소주 2병까지 늘었다”면서 “소주, 와인, 막걸리 가리지 않고 1병은 마실 수 있다”고 했다. ‘혼술남녀’ 시즌2를 위한 준비는 이미 마쳤다는 얘기로 들렸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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