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커피숍에서 주문을 한다. ‘I would like a cup of coffee please. No cream.’ 그러자 점원이 말한다. ‘I’m sorry sir, but we’re out of cream. How about with no milk?’ 크림 없이 블랙 커피를 주문하는 손님에게 크림이 떨어졌는데 우유를 넣지 않는 것은 어떠냐고 되묻는다. 동문서답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는 관심과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고도의 대화법이다. 상대를 내 쪽으로 유도하는 광고 전략이며 일상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속임수 기법이다.
상대를 설득하고 내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사태를 조작하거나(manipulation) 감동을 주는(inspiration) 방법이 있다고 한다. 잔꾀를 부리는 첫 번째 수단은 당연히 언어(the manipulation of words)에서 출발한다. 왜냐하면 목적이나 취지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언어이기 때문이다(If you can control the meaning of words, yo can control the people who must use the words). 구 소련의 혁명가 Vladimir Lenin은 이미 100년 전에 ‘거짓말도 자주 하면 진실이 된다’(A lie told often enough becomes the truth)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반복하면 거짓말도 진실처럼 들릴 수 있다고 하니 참 무서운 얘기다. 어떤 기업 분석가는 ‘세상 사람 절반은 입술로 거짓말하고 나머지 절반은 눈물로 거짓말한다’(Half of the people lie with their lips; the other half with their tears)고 말했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그 세상은 참 슬픈 사회일 것이다.
사람은 궁지에 몰리면 온갖 궁리(manipulation)를 하고 조작을 하게 되는데 그 때 빠지지 않는 것 하나가 초점을 흐리는 것이라고 한다. 즉 defocus함으로써 상대가 자신의 전략이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다. A라는 사건이 부담이 되면 더 큰 사건을 인위적으로 터뜨려 사람들이 A 사건을 잊게 하는 것도 defocus 전략이다. 세월호 사건 당시 정부의 무능이나 선박 침몰의 원인 같은 핵심 주제를 보지 못하도록 유병언 사망에 초점을 두던 방식도 이에 해당된다. 언론이 그 전략을 몇 달 째 중계 방송을 하면 시민들은 핵심을 놓치고 만다.
이번에는 최순실 게이트라는 국기 문란 사태가 발생했는데 그 원인은 최씨 가문의 권력 유착이 아니다. 최씨는 사사건건 자문을 구하는 대통령을 귀찮다고 말할 정도였다. 최씨의 눈에 대통령이 너무 무능해 보여 이용 가치가 있다고 본 것이다. 샤머니즘 때문도 아니고 최씨나 권력자들의 농간 때문이 아니라 대통령 스스로 국정 수행 능력도 재주도 없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대통령의 자질을 볼 줄 모르는 유권자들이 투표로 뽑았다는 사실이다. 프랑스 사상가 Joseph de Maistre의 ‘Every nation gets the government it deserves, In a democracy people get the leaders they deserve’(한 나라의 지도자는 그 국민의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라는 격언이 절절하게 들리는 현실이다. 국민 수준이 곧 지도자 수준이라는 150년 전의 어록이 이보다 적나라하게 현실로 드러난 나라가 없을 것이다.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이게 나라냐’는 시위 피켓을 보는 것도 슬픈 일이지만 이제는 ‘Don’t trust everything you see. Even salt looks like sugar’(보이는 것을 다 믿지 마세요. 소금도 설탕처럼 보입니다)라는 말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소크라테스가 ‘I prefer nothing, unless it is true’라고 말한 것처럼 우리가 바라는 것은 꼼수가 아니라 오직 진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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