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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어느 날 꼰대가 되었다

입력
2016.11.0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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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들과 늦은 저녁을 먹던 중의 일이다. “나도 네 나이 때 해봐서 아는데….” 나도 모르게 무심코 내뱉은 말이었다. 순간 아차 싶었다.

‘나도 네 나이 때는 말이야.’ 흔히 말하는 꼰대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아닌가. 맨날 듣기만 하다가 내 입에서 나오게 되는 날이 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렇게 말하면서도 그것이 틀렸다거나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분명히 ‘나도 네 나이 때 겪어보아서 잘 알고 있다’ 즉 ‘이해하고 있으며 괜찮다’는 말을 하고 싶은 의도였지만, 실은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꼰대처럼 보이더라도 할 말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지는 것이었다.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만화 ‘송곳’에 나오는 이 명대사가 최근 들어 더욱 절실히 실감 난다.

내가 ‘대기업 장 사원’일 때 보고 듣고 하던 일들과 퇴사 후 ‘스타트업 장 대표’일 때 보고 듣고 하던 일들이 확연히 다르다. 사원일 때는 몰랐던 것들이 리더가 되자 더 많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당시 왜 부장님이 상무님이 그렇게 말했었는지, 그때 그분들의 마음이 아주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편 그 당시 내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던 조직 문화와 리더의 답답한 역할에 대해, 나 역시 비슷하게 답습하려는 모습을 보며 ‘아 이렇게 꼰대가 되어가는 건가’하는 현실 인식도 하게 된다.

사원과 사장, 피고용자와 고용주, 이십 대와 삼십 대, 거대 조직과 작은 조직, 과잉과 결핍, 안정과 생존.

이렇게 이분법으로 나누어진 세상에서 우리는 한 쪽에서 다른 한 쪽으로 넘어가는 경계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경계에서 한 쪽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둘 다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방법을 찾고 싶다. 아마 그것은 우리가 모두 언젠가 맞닥뜨리게 될, 나이를 먹으며 자연스럽게 직면하게 되는 인생의 나이테가 점점 ‘꼰대’가 되어가는 단계가 아니라 ‘존경받는 리더’로 성장하는 묘수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꼰대와 리더의 차이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꼰대는 ‘내 말이 무조건 맞다’ 내가 이미 다 아는 내용이라 직급과 연령으로 밀어붙인다. 리더는 ‘저마다의 상황이 있다’ 나라는 사람의 한계를 알고 남의 의견을 포용할 줄 안다.

꼰대는 ‘내 생각을 강요한다’ 까라면 까라는 식으로 ‘답정너’ 스타일로 결정한다. 리더는 ‘내 생각을 설득한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팀원들의 자발적 동기부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도 중시한다.

꼰대는 ‘누가 이렇게 일찍 퇴근하래’ 눈치를 준다. 신입의 칼퇴는 죄악이자 아니꼬운 일이다. 리더는 ‘아웃풋만 확실하면 상관없다’ 정해진 납기와 아웃풋만 준수한다면 근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꼰대는 ‘너는 왜 그 모양이냐’ 일과 사람을 분리하지 못하고 인신공격을 한다. 리더는 ‘일이 왜 이렇지’ 일과 사람을 분리하고, 업무 자체를 가지고 평가한다.

꼰대는 ‘자신이 꼰대인지 모른다’ 자신이 이 정도면 훌륭하고 팀원들이 행복할 것이라 착각한다. 리더는 ‘자신이 꼰대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늘 인지하고 반성하려 한다.

이렇게 말하면 꼰대와 리더가 전혀 다른 사람인 것 같지만, 사실 이 둘은 종이 한 장 차이이다. 누구나 꼰대였다가 훌륭한 리더가 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리더가 될수록 자연스럽게 꼰대성이 튀어나오는 것을 조심하고 늘 자신을 반성하며 깨어지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무서운 것은 본인이 꼰대인 것을 잘 알면서도 더 심한 꼰대 짓을 하는 경우이다.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대놓고 전 국가적인 꼰대 짓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땐 주변에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기도 하다.

장수한 퇴사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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