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입양아 사망 20일 전에도 의식불명

서서 재우는 등 추가 학대 정황도

검찰, 양부모와 동거인 구속 기소

인천지검은 입양한 6살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양부모와 그 동거인을 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양아버지 주모씨가 지난달 3일 경기 포천시의 한 야산에서 경찰과 동행해 딸 시신을 훼손한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입양한 6살 딸을 상습적으로 학대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실종된 것처럼 꾸민 혐의를 받는 양부모가 살인죄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검 형사3부(부장 최창호)는 살인과 사체 손괴,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혐의로 양아버지 주모(47)씨와 양어머니 김모(30)씨, 동거인 임모(19ㆍ여)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이들은 9월 28일 오후 11시쯤 경기 포천시의 한 아파트에서 2년 전 입양한 주양의 온몸을 투명테이프로 묶고 물과 음식을 주지 않은 채 다음날 오후 4시쯤까지 약 17시간 동안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9월 30일 오후 11시쯤 주양의 시신을 포천시의 한 야산에서 불에 태워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주양에 대한 본격적인 학대는 6월부터 시작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주양은 6월 12일부터 9월 3일까지 13차례에 걸쳐 짧게는 5시간에서 길게는 26시간 동안 신발끈과 테이프로 묶여 베란다에 방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주씨 부부 등은 계속된 학대로 주양이 눈에 띄게 마르는 등 건강이 악화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9월 13일 오후 6시 47분부터 55시간 가량 주양을 묶어둔 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달 16일 오전 2시부터도 약 45시간 동안 물과 음식을 주지 않은 채 방치하기도 했다.

이들은 주양이 소리를 지르지 못하도록 입을 테이프로 막거나 온몸을 묶은 채 서서 재우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주양이 베란다에 방치된 사이 주씨 부부 등은 외식을 하거나 영화를 보기도 했다.

지속된 학대도 몸이 극도로 쇠약해진 주양은 숨지기 20일 전인 9월 9일 의식불명에 빠지기도 했다. 임씨는 9월 9일 오전 2시 17분쯤 양어머니 김씨에게 ‘이모, 무서워요, 빨리 와요, 애가 꼼짝도 안해요’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9월 17일 오전 1시 35분쯤에는 테이프로 입이 막히고 온몸이 묶인 주양의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하기도 했다.

양부모는 경찰과 검찰에서 “딸이 식탐이 많아 버릇을 고치기 위해 테이프로 묶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검찰은 주양이 또래보다 마른 체형이었던 점을 볼 때 양어머니 김씨가 자신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로 인해 딸에게 음식을 충분히 주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주씨 부부 등은 올해 초 3,000만원짜리 새 차량을 구입하는 등 씀씀이가 커져 빚이 는 후에는 학대 강도를 높이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피해자에 대해 적절한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을 뿐 아니라 물과 음식을 일체 제공하지 않는 등 적극적으로 살해했다”며 “평택 아동학대 사망사건(일명 원영이 사건)과 고성 아동 암매장 사건 등 생명이 위험해진 아동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유사사례 모두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기소됐고 법원에서도 모두 살인죄가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