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25억개의 일회용 종이컵이 버려지는 영국에서 쓰레기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종이컵을 유료화하는 방안을 두고 정치권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31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테레즈 코피 영국 환경부차관은 “시민들이 비닐 봉투를 돈 주고 사는 것처럼 커피 전문점에서 제공하는 종이컵도 5펜스(약 70원)에 구입하게 해야 한다”는 자유민주당의 정책 제안을 거절했다. 코피 장관은 자유민주당에 보낸 서신에서 “대형 커피 전문점들은 이미 소비자가 개인용 컵을 가져오면 음료 가격을 할인해주는 등 환경 친화적 정책을 자발적으로 벌이고 있다”며 법으로 강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유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코피 차관의 설명과 달리 개인용 컵 이용에 인센티브를 주는 영국의 대형 커피 전문점은 스타벅스가 유일하며, ‘코스타’나 ‘프레타 망제’는 아무런 정책도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카페 네로’는 개인용 컵을 가져오면 무료 쿠폰에 도장을 두 개 찍어주는 데 그쳤다. 자유민주당의 케이트 파민터 대변인은 “정부가 쓰레기를 줄이려는 의지도 없을 뿐 아니라 이 문제를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에서는 하루 버려지는 일회용 종이컵이 700만개, 한 해 25억개라는 점이 올해 초 드러나며 “환경 보전을 위해 종이컵 사용을 파격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특히 재활용되는 종이컵이 400개당 1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영국인들이 큰 충격에 빠졌다. 흔히 종이컵은 재활용이 쉬울 것으로 여겨지지만, 커피 전문점에서 사용하는 종이컵은 방수 효과를 위해 플라스틱 코팅을 하기 때문에 재활용이 극히 어렵다.
이에 따라 지난해 비닐 봉투를 5펜스로 유료화하는 정책을 제안해 통과시킨 자유민주당이 다시 총대를 멨다. 파민터 대변인은 “많은 소비자들이 커피 컵을 한번 사용하고 내던지지만, 부담금을 도입하면 한번쯤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게 된다”며 “정부의 작은 개입이 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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