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소설, 비평, 희곡, 번역 부문에 시상하는 대산문학상이 1일 제24회 수상작을 발표했다. 이장욱 시집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김이정 장편소설 ‘유령의 시간’, 정홍수 비평집 ‘흔들리는 사이 언뜻 보이는 푸른 빛’, 정민정과 이르마 시안자 힐 자녜스가 스페인어로 공동번역한 구병모 작가의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다.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에서 열린 간담회는 최순실 국정논단 의혹부터 SNS에서 이어지는 문화예술계 성폭력 고발까지 안팎으로 시끄러운 상황을 감안한 듯 차분히 치러졌다. 이장욱 시인은 “최근 문학하는 모든 이들이 힘든 과정에 있는데 상을 받아 민망한 마음”이라며 “출간 후 막다른 골목에 선 것 같았는데 여기서부터 다시 한 글자씩 써 나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정홍수 비평가는 “(내 비평에) 비판이 없어 문학을 옹호하고 특권화한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며 “하지만 문학에 대한 애정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전혀 반대편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SNS 고발에 대해 “당연히 나와야 할 목소리”라고 덧붙였다. 김이정 소설은 해방과 분단을 겪으며 무너진 작가의 아버지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김 작가는 “불행히도 역사의 폭력은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형인 것 같다”며 “이런 이야기가 더 자주 문학의 주제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멕시코에서 출간돼 좋은 반응을 얻은 ‘위저드 베이커리’는 두 번역가가 4년 간 작업한 결과물이다. 두 사람은 “문학이란 환상을 통해 현실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내용이 좋아 번역을 하게 됐다”며 “번역가의 위상이 높아지는 때에 상을 받게 돼 더욱 영광”이라고 말했다.
각 부문별 상금은 5,000만원이다. 시상식은 11월 30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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