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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방행정도 가성비(價性比) 따져봐야

입력
2016.11.0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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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개봉한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단 3억원의 제작비로 373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충무로 사상 제작비 대비 최고의 수익률을 올린 영화로 알려져 있다. 2009년 개봉한 독립영화 ‘워낭소리’도 이에 버금간다. 제작비 2억원으로 190억원의 매출을 올려 수익률 대박을 터트렸다. 가격 대비 성능을 말하는 이른바 ‘가성비’ 높은 영화들이다.

라틴어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는 인간의 경제적 본성을 강조한 용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가격 대비 효율이 높은 상품을 선호한다는 의미로 행동경제학의 중요한 개념 중 하나다. 이게 바로 요즘 유행하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이런 성향은 단순히 제품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은 물론 영화나 스포츠, 연예계 등 인간의 모든 생활에서 경제적 효율성을 따지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프로야구 선수 강정호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신인상 후보로 선정됐다. 한국인 내야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강 선수는 소속팀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면서 미국 CBS스포츠는 강 선수를 가성비 높은 대표 사례로 꼽았다. 피츠버그가 빼어난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 강 선수 영입을 위해 투입한 4년 연봉이 메이저리그 선수 중에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1,100만달러여서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것이다. 올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투수 오승환 선수도 미국 언론에서 저비용 고효율 사례로 꼽고 있다.

최근에는 가성비 높은 선택을 하기 위해 ‘비즈니스 분석학’까지 등장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월마트는 기상재해 등이 발생하기 전에 수요가 급증할 물품을 미리 확보해 경영성과를 올리는가 하면, 프로 스포츠계에서는 데이터를 활용해 저비용 고효율 선수들을 선발 하는 ‘머니볼(Money Ball)' 이론이 자리잡은 지 오래다.

IBM에 따르면 인터넷, 모바일, 사물인터넷 등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지구촌에서는 매일 250경(京ㆍ1조의 만배) 바이트 이상의 데이터가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600메가바이트 영화 39억편 분량이다. 이런 데이터를 가공하는 ‘데이터 과학자’도 있다고 한다.

21세기 조직의 경쟁력은 데이터 소스를 확보하고 이를 정제ㆍ가공하며 의사결정에 적극 활용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국가나 지방행정도 마찬가지다. 데이터를 활용해 국민이 불편해하는 것이 무엇이고,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면 훨씬 수월하게 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995년 우리나라에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이후 20년 동안 지방행정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선거 때문에 당선된 단체장들이 주민들을 위한 정책을 펼쳐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그러나 부작용도 적잖다. 장기적인 지역발전보다는 단기적인 성과나 행사에만 치중한 나머지 시민들의 혈세만 낭비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용인시도 예외가 아니다. 2년 전 취임 당시 용인시가 떠안은 부채는 무려 7,800억원에 달했다. 경전철 등 대형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던 탓이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말았다.

그래서 취임하자마자 역점을 두어 추진한 것이 저비용 고효율 행정이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부채로 재정여건이 열악한 탓도 있지만, 적은 돈으로도 시민들에게 큰 효과를 주는 행정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이 강조하니 공무원들도 적은 예산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사업을 찾느라 앞다퉈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덕분에 이제는 많은 빚을 줄이고 올 연말이나 내년 초가 되면 채무 제로를 선언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방행정에도 가성비 분석이 필요한 이유다.

정찬민 용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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