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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의 관전 노트] 초읽기 대신 벌점제

입력
2016.11.0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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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박정환 9단

흑 탕웨이싱 9단

큰기보
큰기보
참고도
참고도

<장면 3> 응씨 룰은 덤이 8집(한국식으로는 7집 반에 해당)이다. 1988년 응씨배 1회 대회가 열릴 당시 세계 바둑계는 덤 5집 반이 대세였다. 그래서 참가 기사들 사이에서 “덤 8점이 너무 과하다”는 불평이 많았지만 잉창치는 “세계 정상급 기사들의 대국에서 덤 5집 반이면 흑번 승률이 압도적이므로 8점이 적당하다”며 강하게 밀어 붙였다. 이후 덤이 점점 늘어나 한국과 일본은 6집 반, 중국은 7집 반이 됐으니 잉창치의 주장이 옳았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응씨배는 또 초읽기가 없는 대신 벌점제가 적용된다. 각자 3시간씩 주어지는 생각 시간을 다 소비하면 벌점 2점을 받고 20분간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시간 연장은 2회까지 허용되며 그 다음에는 바로 시간패 처리된다. 따라서 적절한 시간 관리가 승부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

탕웨이싱이 상변에서 1로 한 칸 뛰자 박정환이 거침없이 죽죽 밀어서 순식간에 13까지 진행했다. 흑의 실리가 짭짤해서 백이 너무 헤픈 게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지만 사이버오로에서 이 바둑을 생중계 해설한 최명훈 9단은 “3일 전에 이 포석을 박정환과 함께 연구했는데 박정환은 백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음에 백이 <참고도>처럼 선제공격을 취할 수도 있지만 박정환은 침착하게 14로 좌변을 먼저 차지했다. 8점의 덤을 의식하고 계속 두텁게 두텁게 두어나가기로 마음먹은 것 같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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