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말이 있다. 요즘 식으로 풀이하면 “노인들 말 들어서 손해볼 일 없다”라는 뜻일 것이다.
지금부터 2600년 전 중국 전국시대에 제나라 왕 환공(桓公)이 싸움터에 나갔다가 길을 잃어 버렸다고 한다. 지금이야 내비게이션이 있어 제법 길찾기가 수월하지만, 당시로서는 그리 쉽지 않았을 것이 뻔하다.
더구나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적국의 한가운데여서 지리와 지형지물도 잘 모를뿐더러 날씨는 춥고 해는 저물어 가는데, 자칫 귀국길을 찾지 못하게 되면 수만 군사들이 기약 없는 노숙을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군대서 야간행군을 해본 사람은 다 아는 일이지만, 텐트나 식량, 방한복과 같은 기초생필품도 없이 추위와 배고픔에 떨며 밤을 새운다는 것은... 말이 그렇다는 것뿐이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때 등장한 사람이 관중(管仲)이었다. 그는 “길을 잃고 방황하는 위기의 때일수록 늙은 말의 경험과 지혜가 필요하다”며 늙은 말을 선두에 풀어 놓고 전군이 그 뒤를 따라가게 했다.
결과는 대성공. 늙은 말은 자신이 온 길을 되짚어 나감으로써 제나라 환공과 수만 군사들은 미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것이 ‘늙은 말의 지혜를 빌린다’는 ‘노마지지’의 고사다.
만일 위기의 순간에 ‘늙은 말의 지혜’가 없었다면 제갈량(諸葛亮)과 함께 중국의 역대 2대 재상으로 불리는 관중은 없었을 것이다. 또 관중의 지략과 경영전략 덕분으로 춘추 5패 중 최초의 패자에 오른 환공도 분명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노인들 말 들어서 손해 볼 일 없다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과 촉으로 길을 찾아낸다. 젊은 사람들이 기계에 능숙함을 자랑삼아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정보를 찾는다면, 경험이 풍부한 원로들은 눈을 지그시 감고 지나온 인생길에서 축적한 삶의 지혜들을 되살려 내는 것이다.
며칠 전 단체 카톡방에 한 친지가 올린, 다음과 같은 글은 실제 필자가 강조하는 말이었다.
“노년은 각자 독특한 경험을 보유한 위대한 역사 자체이다. 젊음에 못지않은 엄청난 자산을 가지고 있다. 그분들을 존중을 넘어 커다란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게 위대한 기업으로 발전해 나아갈 길이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그 친지는 또한 자신의 의견을 다음과 같이 가감없이 올렸다. 필자를 칭찬하는 얘기를 하고 있어 조금은 쑥스럽지만, 그래도 여러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대목이다.
“우리 노규수 박사님 장점의 하나가 노년의 경험을 존중한다는 것입니다. 노인 한 분하고 젊은이 100명하고 안바꾸시겠다는 말씀을 자주 하신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리 회사는 젊음과 노년이 서로 존중하며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함께 어우러져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하여 세계에서 우뚝 선 글로벌 기업 해피런 만세!”
인생에 있어서 가장 생산적인 기간은 인생의 초기단계가 아닌, 오히려 노년의 마지막 단계임이 통계학적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드골이나 처칠, 간디 등의 사례에서 보듯 세계적으로 위대한 업적의 64%는 60세 이상의 사람들이 이루어 놓았다는 것.
이는 상상력이나 창조력, 특히 신체능력은 젊음이 뛰어나지만 종합판단 능력에서는 노년층이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회승 박사가 쓴 『아름다운 황혼을 준비하라』(가정행복학교刊. 2006)의 기록이다.
이회승 박사 역시 아직도 할 일이 많고, 그래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야겠다고 공부를 시작해 70세에 이르러서 박사학위를 받고, 그때부터 각종 강의활동을 활발히 해오고 있는 인물이다.
젊은이의 상상력과 창조력, 노인들의 지혜로운 판단능력이 시스템적으로 결합한다면, 국가나 가정, 기업 모두에서 위대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 바로 조화로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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