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계, 당 지도부 사퇴 공개적 요구
친박계 지도부 거부 “선수습 후책임”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도 흔들고 있다. 비박계가 당 지도부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자, 친박계 지도부는 ‘선수습 후책임론’으로 맞서며 거부했다. 최씨 사건을 계기로 당내 계파들이 주도권 경쟁에 돌입한 모양새다. 비박계가 요구한 의원총회가 이르면 11월 2일 열릴 예정이라, 이날이 당 지도부의 진퇴를 가를 운명의 날이 될 전망이다.
김무성 전 대표, 강석호 최고위원, 정병국ㆍ김용태 의원 등 비박계 중심의 의원 41명은 3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을 한 뒤 “국정농단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고,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당 지도부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김 전 대표는 “재창당 수준의 납득할만한 조치들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박계 중심 의원 21명도 이날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을 구성하고 “당 지도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친박계 지도부를 중심으로 지금은 물러날 수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정현 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어려울 때 그만두고, 물러나고, 도망가는 것은 선택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쉬운 것”이라며 “지금은 이 난국을 일단 수습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원진 최고위원도 “우선 당 지도부는 책임감을 갖고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박계는 의원 50명의 서명을 받아 의원총회 소집 요구서를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제출하며 압박을 계속했다. 이들은 의총 이후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릴 방침이다. 황영철 의원은 “정 원내대표가 개인 수술 일정이 있어, 모레(11월 2일) 오후쯤 의총을 잡아주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의총에서는 지도부 사퇴 및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놓고 친박ㆍ비박계가 격돌할 가능성이 크지만, 재창당 수준의 수습책을 마련해도 모자랄 판에 계파싸움만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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