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자문관 납품계약 비리 등 사건
공무원 뇌물 수수 의혹으로 번져
檢, LED업체 ‘뇌물 다이어리’ 확보
관련 계좌 등 압수물 면밀히 분석
윤장현 광주시장의 인척이자 ‘비선실세’로 알려진 전 광주시정책자문관 김모(62)씨의 비리 의혹에서 시작된 검찰 수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검찰이 광주시의 납품 계약 업무까지 부당하게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 김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뇌물장부로 추정되는 납품업체 대표의 다이어리를 확보하면서 이 사건이 ‘뇌물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31일 검찰 등에 따르면 광주지검 특수부(부장 노만석)는 지난 20일 광주시와 납품 계약 과정에서 부적절한 정황이 포착된 6개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발광다이오드(LED) 제조업체인 A사에서 뇌물장부로 의심되는 다이어리를 확보했다.
이 회사 대표인 B씨가 최근 몇 년간 작성한 이 다이어리는 날짜 표시가 돼 있는 수첩형으로,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사람의 이름과 돈의 액수가 메모 형식으로 적혀 있다. 다이어리에 기록돼 있는 금품의 규모는 대개 명단별 100만~200만원씩으로, 일부는 ‘회식비’처럼 돈의 용도도 쓰여져 있다. B씨는 이 다이어리의 특정 날짜에 기록해 놓은 금품 액수와 이름 등을 탁상용 달력과 자신의 휴대폰 등 4곳에 똑같이 적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B씨의 다이어리에 기재돼 있는 이름 중 상당수가 납품 계약을 발주한 자치단체의 관련 공무원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B씨 등을 상대로 뇌물수수와 금품 로비, 회삿돈 횡령 여부 등을 캐고 있다. 실제 A사는 주로 관급 공사 현장에 LED 가로등과 보안등 같은 조명기구를 납품해 왔으며, 광산구와 동구, 광주시를 상대로 집중적으로 관급자재 납품 영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지난 28일 광산구 비서실과 건설과 등을 압수수색한 것도 A사의 납품계약 건과 무관치 않다.
검찰은 특히 광주시가 올해 A사를 광주의 대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명품강소기업으로 선정한 사실에 주목, B씨의 다이어리에 광주시 공무원들의 이름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시장은 지난 9월 A사를 방문, 관계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다이어리에 광주시청과 구청 공무원들의 이름이 등장하는지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B씨도 다이어리의 실체와 내용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에 따라 다이어리에 담긴 금품수수 정황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압수물 분석과 함께 B씨의 관련 계좌 등을 면밀히 들여다 보고 있다.
이처럼 갑자기 공무원 등의 수뢰 의혹이 튀어나오면서 검찰 수사는 김씨의 납품계약 비리 수사와 뇌물수수 수사 등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김씨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의 속도감이 다소 떨어진 상황에서 뇌물수수 의혹이 전면에 부각된 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실제 일각에선 윤 시장 부인과 그의 측근 여성이 김씨 비리 의혹에 연루됐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으면서 김씨에 대한 검찰 수사에 여론의 관심이 쏠리자 이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공무원 뇌물수수 수사가 부각됐다는 관측도 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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