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리포트]분양권 수사부터 '최순실'까지...정부세종청사 패닉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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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리포트]분양권 수사부터 '최순실'까지...정부세종청사 패닉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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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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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점심시간을 갓 넘긴 오후 정부세종청사 복도. 평소 같으면 외부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하고 사무실로 복귀하는 공무원들로 북적였지만 오가는 흔적조차 거의 없을 정도로 썰렁하다.

정부세종청사 모 부처 공무원 A씨(4급)는 최근 한 달 동안 저녁 약속을 거의 잡지 않았다.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때문에 절친한 지인조차 만나지 않았다. 검찰이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을 불법전매한 공무원이 수십명에 이른다고 발표하면서 눈치를 더 보게 됐고, 최근에는 ‘최순실 게이트’까지 터지면서 직원 간에 말 섞는 것조차 부담스러워졌다. A씨는 “평소 사무실에선 아무리 일에 치여도 농담 섞인 대화는 오갔는데 지금은 서로 입단속을 하자는 무언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썰렁하다”고 사무실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이 잇따르는 공직사회의 충격파에 납작 엎드리고 있다. 김영란법 때문에 위축된 분위기는 검찰의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 불법 전매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이은 최순실 게이트로 이어지면서 마치 패닉에 빠진 듯한 모양새다.

검찰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지난주 문화체육관광부의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 등 2개 실과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 압수수색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은 문체부는 어안이 벙벙한 상태다.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에게 동요하지 말라는 지시까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세종청사에 입주한 다른 부처들은 검찰의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면서도 괜한 불똥이 튈까 숨을 죽인 채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공무원 B(4급)씨는 “(최순실과 관련해)매일같이 새로운 게 터지니 동료들 사이에 우린 상관 없다면서도 어디까지 (최순실의) 손이 뻗쳐있을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공무원들은 아무 경력이나 경험도 없는 한낱 민간인이 대통령을 등에 업고 국정에 개입했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C(5급)씨는 “솔직히 평소처럼 그냥 하던 일 하라는데 일이 손에 잡히겠느냐”며 “좋은 보고서 하나 만들어보려고 매일같이 야근했는데 자괴감마저 든다. 지금은 신문도 뉴스도 다 보기 싫다”고 말했다.

정부세종청사 전경. 행복청 제공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 불법 전매 공무원에 대한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도 세종청사 공무원들을 바짝 긴장케 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6일 특별 공급받은 분양권을 전매 기한 내에 웃돈을 받고 내다판 공무원 40명을 비롯해 일반분양을 받아 전매 기간 내에 웃돈을 받고 매도한 공무원과 공공기관 소속 직원 15명 등 총 55명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공무원들이 특혜를 받은 것도 모자라 부동산 투기까지 한다는 항간의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전매기간이 지난 것까지 더하면 세종시에 정착하라고 특별공급한 아파트를 내다 판 공무원만 2,000명이 넘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부동산 광풍이 불고 있는 세종시의 아파트를 청약통장이나 거주기간 등에 관계 없이 취득세까지 면제받으며 분양 받은 아파트를 내다 판 공무원들에 대한 여론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 검찰이 추가 수사를 통해 불법 전매 공무원을 추가로 적발, 발표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세종청사의 긴장감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세종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공무원 아파트 불법전매가 사실로 확인되면서 세종시는 부동산 투기 도시, 공무원 특혜도시라는 오명을 안게 됐고, 공직사회에 대한 실망과 위화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종참여연대는 “세종시 조기정착에 역행하는 공무원들의 안일한 인식과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고 있다”며 세종청사 공직사회의 근본적인 혁신과 개선책을 촉구했다.

이런 분위기 탓에 안 그래도 뜸하던 공무원들의 부동산 중개업소 발길은 아예 뚝 끊겼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신도심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난 5월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에도 거래 문의가 조금 있었는데 지금은 찾아오기는커녕 전화문의조차 없다”고 말했다.

시행 한 달을 넘긴 김영란법도 세종청사 공직자들의 운신 폭을 좁히고 있다. 청사 내 11개 구내식당은 평소보다 많은 공무원들이 몰리며 지난 한 달 간 이용자가 전 달보다 3% 가량 늘었다. 법 시행 전 공무원과 민원인들로 가득하던 어진동 중앙타운은 일부 저렴한 메뉴를 갖춘 식당만 손님이 이어질 뿐이다. 어진동과 도담동 등으로 상권이 이동해 안 그래도 부진을 겪고 있는 청사 인근 세종1번가와 세종마치 등도 공무원의 발길이 더욱 줄면서 찬 바람이 불고 있다.

매주 3번은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한다는 D(4급)씨는 “김영란법에다 검찰의 불법 전매 수사, 최순실 게이트까지 쓰나미처럼 몰려 들면서 세종청사는 역대 최악의 분위기인 것 같다”며 “맘 편히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사무실에 와서 잠깐 쉰 뒤 일하고, 곧바로 집으로 퇴근하는 게 요즘 일상”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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