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현해탄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이 30여 년간 홀수달은 한국, 짝수달엔 일본에 머물며 셔틀 경영을 해 온 것과 같은 모양새다.
31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25일 40조원 투자와 7만명의 인력 채용을 골자로 한 ‘뉴 롯데’ 구상안을 발표한 직후 일본으로 향했다. 신 회장은 다음 날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 참석했다. 이사회는 신 회장이 한국에서 불구속 기소가 됐지만 대표이사직 수행에는 지장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들로부터 재신임을 얻으면서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며 “당분간 일본 롯데홀딩스의 올해 사업 점검과 내년 경영 계획 수립 등에 치중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4개월 넘게 이어진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에 다소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며 “첫 번째 공판 준비 기일로 잡힌 11월15일 직전까진 일본에서 현지 사업을 챙길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롯데의 지주 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최대 지분(19.04%)을 보유,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선 곳이다. 신 회장이 지난해부터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다투는 과정에서 일본 롯데홀딩스 장악에 사활을 걸었던 것도 이런 이유다. 신 회장은 앞으로 일본 롯데홀딩스에서도 투명 경영을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도 신 회장이 제안한 준법경영위원회 신설 안건이 통과됐다. 사업 부분에서도 궤도 수정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본 롯데홀딩스 사업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제과 및 빙과류 부문과 한국 롯데제과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방안 등이 강구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일 롯데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기 위해 해외 시장에서 동일한 지역에 진출한 적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라며 “한일 롯데의 물류 시스템이나 현지 시장 정보 등을 서로 공유하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신 회장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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