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최근 경기 북부 정신병원 의사 50여명이 환자의 보호입원(강제입원)과 관련해 기소됐다. 보호입원은 환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치료해야 할 때 보호자가 동의하면 입원시키는 것을 말한다. 인권 침해 소지가 다분해 정신보건법의 엄격한 적용을 받는다. 보호입원을 시키려면 보호자 2명이 동의하고, 가족관계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6개월을 넘지 못하게 돼 있고(개정정신보건법에 따르면 3개월 내 계속 입원여부를 판단하게 돼 있음), 시장ㆍ군수ㆍ구청에서 입원심사를 계속 받아야 한다. 퇴원명령 시에는 즉시 집으로 돌려 보내야 한다.
이번 사건은 가족관계증명서 등 서류가 며칠 늦었거나, 입원 계속 여부 심사에서 퇴원 필요성이 판단됐지만, 곧바로 퇴원시키지 않아 생긴 일이다. 응급환자를 치료하려면 어쩔 수 없이 입원시키거나, 보호자 2명이 환자 입원 시 동행하지 못하거나, 당장 입원 서류를 준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증상이 호전돼도 집에서 돌보기가 힘들어 환자를 데려가지 않기도 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정신보건법 제24조 1항의 정신질환자 보호입원 조항을 헌법 불합치라고 결정했다. 이 조항이 정신질환자 입원을 판단하는데 객관ㆍ공정성을 담보할 장치를 두고 있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단지 보호자 2명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 1명의 판단만으로 정신질환자를 보호입원시킨 것은 신체자유를 쉽게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내년 5월 시행될 개정정신보건법은 강제입원을 위해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특히 국ㆍ공립 정신의료기관)에 소속된 1명을 포함해 정신과 전문의 2명 이상이 의견 일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인권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최상위 가치다. 정신질환자라고 인권을 침해하면 안 된다. 입원 치료하면서 생길 수 있는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마땅히 엄정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지금도 편견 속에서 치료를 기피하는 환자가 많은 현실에서 필자로서는 법 절차 강화가 자칫 의료현장에서 선의의 피해를 낳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진료 중 피해망상 환자에게서 크고 작은 폭력에 노출된다. 환자가 피해망상 증상이 심하면 자신을 치료하는 의료진도 박해자로 여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위험한 환자를 적기에 입원시켜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해 가능성이 높은 우울증 환자도 입원을 거부하다가 극단적 선택에 하기도 한다. 우리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 두 배가 넘으면서 부동의 1위를 지키는 까닭이다. 병원에서 매일 정신질환자를 치료하는 필자로서는 인권보호를 위해 만든 법이 자칫 긴급한 보호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까지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하게 할까 걱정된다.
우리나라는 조기 퇴원한 정신질환자의 사회적응과 지속적 치료를 위한 인프라가 매우 취약하다. 따라서 보호입원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적 조치가 치료가 오히려 꼭 필요한 환자를 방치할 수도 있다. 정신질환 치료율이 15%밖에 되지 않는 우리 현실에서 정신질환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법개정 이전에 선행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과 지역사회 정신보건 인프라의 개선이다. 그러면 강제입원도 줄어들 것이다.
보호입원은 마땅히 엄격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환자마다 질환 정도, 폭력이나 자살 등 위험성이 다르고 치료법도 다른 상황에서 입원절차만 까다롭게 하는 것은 정신질환 특수성에 비춰볼 때 최선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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