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현안으로 갈등하다 합심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등 3대 의사 직역을 대표하는 단체들이 동네의원 대상 비급여 진료비 조사를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나섰다. 의료기기 사용, 진료 영역 등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어온 의사단체들이 공통 이해관계 앞에선 힘을 합치는 형국인데,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의협), 대한치과의사협회(치협),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은 28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법안은 개정 의료법 및 관계 법령에 따라 올해부터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비급여 진료비 현황조사를 의원급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에는 진료비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허위 자료를 내는 의사에게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재 규정도 포함됐다.
3개 단체는 성명서에서 “비급여 진료비 가격은 환자 상태, 치료방식, 경과 등에 따라 의료기관별로 다르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며 “이를 고려하지 않고 가격을 단순 비교하는 형태로 자료 공개를 강제하면 국민의 올바른 의료선택권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현행 의료법상 의료기관은 환자에게 비급여 진료비를 상세히 고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어 추가적 공개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협회가 의료정책 현안에 공동 대응하는 건 이례적이다. 의협과 한의협은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두고 오랫동안 반목해왔고, 의협과 치협은 치과의사의 보톡스, 피부레이저 시술 허용 여부를 두고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각 협회 회원 다수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경영하는 개원의이다보니, 의원 수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비급여 진료비 공개에 합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월말 현재 의원ㆍ치과의원ㆍ한의원은 6만520곳으로, 전체 의료기관(6만7,766곳)의 89.3%에 달한다.
남 의원실은 “국민에게 경제적 부담이 되고 있는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법안을 발의했다”며 “의료기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비급여 진료 비중도 상당한 의원급을 빼고 현황조사를 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법안 통과와 무관하게 내년 상반기 중 의원급 일부를 뽑아 비급여 진료비를 조사하고 결과를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의사 협회들은 “표본 선정 기준, 공개 범위 등을 협회와 충분한 협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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