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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새 전략, 드론 띄워 트위터로 ‘테러 생중계’

입력
2016.10.3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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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전보’ 동영상 SNS로 공유해

선전 물론 對정부 무기로 활용

지지부진한 내전 속 존재감 과시

아프간 정부 “허위선전” 애써 외면

쿤두즈를 한시 장악한 탈레반 조직원이 승전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캡처
쿤두즈를 한시 장악한 탈레반 조직원이 승전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캡처
쿤두즈를 한시 장악한 탈레반 조직원이 영상 촬영을 위해 주요 도로에 위치한 건물에 탈레반 깃발을 꼽고 있다. 뉴욕타임스 캡처
쿤두즈를 한시 장악한 탈레반 조직원이 영상 촬영을 위해 주요 도로에 위치한 건물에 탈레반 깃발을 꼽고 있다. 뉴욕타임스 캡처

극단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은 지난달 초 아프가니스탄 동서교통의 요충지라 불리는 북동부 쿤두즈를 손에 넣은 직후 아랍어가 적힌 흰색 깃발을 올리는 동영상 한편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영상에서 스카프로 얼굴을 가린 탈레반 대원은 “지금 깃발이 올라가는 영상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잠시 후 다시 연락하겠다”며 다급하게 외친다. 탈레반의 ‘승전보’ 영상은 삽시간에 SNS를 타고 전세계로 전파됐다.

최전방 조직원들을 이용한 탈레반의 영상 선전은 최근 들어 새롭게 목격되고 있는 전투 전략이라고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과거 자살폭탄 테러 이후 사전에 정교하게 촬영ㆍ편집한 영상을 배포하던 탈레반이 이제는 트위터 등 SNS로 전투 현장을 실시간 중계하거나 휴대폰으로 간략히 찍은 영상을 게재하는 것이다. 쿤두즈뿐 아니라 남부 헬만드 등 수많은 격전지에서 탈레반의 탈환을 알리는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탈레반의 전투 영상은 조직 선전 도구이자 아프간 정부를 향한 대항 무기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정부가 헬만드 주도인 라슈카르가에서 반군을 격퇴했다고 발표하자마자 군용차를 탄 탈레반 대원이 도시 교외를 순찰하는 영상을 게재하거나, 인근 지역인 나와에서 차량폭탄 테러를 감행하면서 드론을 띄워 공격 장면을 중계하는 식이다. 영상에는 탈레반 전투원들이 아프간 정부군에게 약탈한 미국산 무기를 사용 중인 모습이 전해져 서구 사회의 치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탈레반이 선전도구로 실시간 영상을 택한 데는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는 정부와의 내전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목적이 크다. 15년여간 지속된 내전으로 분쟁지 주민들이 정부와 탈레반 모두를 불신하고 있는 상태에서 정부의 취약함을 선전해 지배 지역을 넓히겠다는 심산이다. 앞서 SNS 선전으로 조직을 급속히 확대한 이슬람국가(IS)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NYT는 분석했다.

실제 탈레반은 10월 한 달간 연이어 승기를 잡으며 아프간 정부군을 위협해 왔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올해 탈레반의 세력권은 내전이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로 확대된 상태다. 반면 미국 정부기관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실(SIGAR)이 3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간 407개 군(郡) 가운데 정부가 온전히 통제 중인 지역은 8월 말 기준 258개(63.4%)로 전체 3분의 2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프간 정부는 명백한 위기 상황을 애써 외면하며 탈레반의 선전 전략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세디크 세디키 아프간 내무부 대변인은 “탈레반의 프로파간다는 내부 전투원들에게 승리를 과장하고 사기를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을 뿐”이라며 “그런 허위 선전으로 주민들을 끌어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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