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서 모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하다. 표준어와 사투리의 구분도 모음으로 하고 영국 미국 호주 등 영어권 국가 안에서도 모음의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모음은 시대에 따라 크게 다르고 역동적이다. 지금도 모음은 지역마다 계층마다 다르게 발전하고 변하고 있지만 영어 자음의 발음은 수백 년을 거쳐도 거의 변하지 않는다. 자음 r은 예외다. 자음 r은 지역마다 나라마다 시대마다 유행이 생기고 패턴도 꾸준히 바뀌고 있다.
가령 ‘It’s so hard’에서 hard의 발음을 ‘하-ㄷ’로 하면 이는 r음을 생략하는 것인데 이 발음은 영국이나 미국의 Boston지역에서 들을 수 있다. 반대로 R음을 충실하게 발음하면(rhotic) ‘하-fem’로 소리 나는데 미국 발음의 표준 지역인 중서부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미국 지역과 캐나다에서 들을 수 있다. 반면 영국의 대부분 지역과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미국의 남부와 동부 연안 등에서는 r음을 생략한다. 조금 전문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는 연구개음(velar approximant)과 비슷하게 발성하는 것인데 치조융성 뒤에서 혀가 뒤로 휜 채로 발성하는 것이다. 대부분 미국식 발음에서 나타나고 종종 Irish accent에서도 들린다. 모든 영어권에서 공통된 r음 발성은 혀끝을 윗니 근처에 놓고 발음하기 때문에 혀가 어느 곳에도 닿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 r음 때문에 학습자들은 r음을 혀를 굴리는 발음으로 생각하기 쉽다. 이는 미국, 영국, 아일랜드, 호주 영어에서 골고루 나타나는데 치조음(Alveolar Approximant)이라고 부른다. 007 영화에서 보인 Sean Connery의 발음은 누가 들어도 가장 편하고 듣기도 쉬운 발음이어서 가장 global accent라는 칭호를 받기도 한다. 혀를 굴리거나 r음을 ‘어’로 하지 않고 우리말의 ㄹ인 스페인어, 러시아어, 이탈리아어 등에서 보이는 ㄹ음과 가장 흡사하다. 영어권에서는 Scottish accent나 Welsh English에서 가끔 듣는 정도다.
London 토박이 발음(Cockney)에서는 위에서 말한 영국의 북부 지역 r음과 약간 다른데 미국의 일반 r음과 영국의 북부 지역 r음의 중간치 발성에 가깝다. 이를 Cockney R음이라고 부른다. 미국의 동북부 지역의 r음이 이에 가깝다. 한국인도 발음하기 쉬운 이 r발음은 혀가 입천장에 닿으면서 ‘르르르’처럼 발성되는 r이기 때문에 일명 alveolar trill(치조융성)이다. 영국 북부 지역에서 이와 같이 발성하는 r음은 실제로 들어보면 스페인어의 r음처럼 ‘르르르’ 처럼 혀의 움직임을 들을 수 있다. Sara의 발음을 ‘새라’라 하는 식인데 Scotland나 영국 북부 지역에 가면 이 발음이 들린다. 순수 영어식 발음으로 Sara는 r발성 시 혀가 입 안 어디에도 닿지 않기 때문에 ‘쌔롸’에 가깝게 들리기 때문에 차이가 난다. 또 다른 r음 중에는 아일랜드의 게일족들의 R음인데 연구개를 치는 방식으로서 아일랜드의 서부에서만 들을 수 있다. 영국의 북쪽 노썸브리아 지역의 R음도 있는데 프랑스어에서 발성하는 r음과 흡사하다. Paris 단어에서 프랑스인들이 r을 어떻게 발성하는지 참고하면 되는데 영어권에서 이 음은 거의 사라졌다.
영어의 모음 발성의 차이가 지역과 계층을 구분하는 것만큼 R발성의 차이도 커다란 지표가 된다. Global English관점에서 이를 본다면 전 세계에서 영어의 발음은 r발성의 유무로 구분될 정도로 R음은 중요 변수다. 미국의 발음은 r발성을 하고 영국 쪽은 생략형인데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사회 계층에 따라 R발성이 달라진다. R음 발성에서 혀를 구부리느냐의 기존 문제는 이제 발성을 하되 가볍게 발음하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따라서 Speaking을 연습할 때에도 자신의 정체성과 어울리는 R음 발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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