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의 사망자를 낸 경부고속도로 관광버스 사고와 관련해 울주경찰서는 31일 구속된 운전자 이모(48)씨이외에 태화관광 대표이사 이모(65)씨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사고가 난 고속도로 구간 확장을 시공 중인 현대건설 현장소장 이모(49)씨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태화관광 대표 이씨는 2014년 6월 8일부터 7월 7일까지 한 달간 운전면허가 정지된 운전사 권모(56)씨에게 버스 운행을 맡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무면허 운전이 적발된 권씨도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현대건설 소장 이씨는 도로 확장공사 구간에 사고 방지를 위한 도로표지판이나 노면표시 등을 부실하게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현대건설 측이 제한속도, 언양분기점 진입 등을 안내하는 표지판이나 노면표시를 사전에 신고한 내용보다 부실하게 설치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고의 원인이 운전자 이씨가 과속운행 중 무리하게 끼어들기를 하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결론 내리고 버스업체 대표이사, 사고 지점 도로 확장공사를 하던 현장소장 등을 입건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사고 버스기사가 조사 초기에 사고 원인으로 주장했던 타이어 펑크는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도로 노면이나 최초 충격 지점에서 확인된 타이어 흔적을 볼 때 버스가 콘크리트 방호벽을 1차로 들이받은 뒤 충격으로 우측 전륜 타이어가 터졌다.
또 도로교통공단 분석 결과 사고 버스는 확장공사로 제한속도 시속 80㎞인 구간을 진로 변경 전 시속 108㎞로 달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버스기사가 승객 구호 노력 없이 제일 먼저 탈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주변 차량 블랙박스 영상으로 버스기사 인상착의, 이동 경로 등을 분석했을 때 최소 6명의 승객이 버스에서 빠져 나온 후 버스기사로 보이는 남성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사고 버스업체인 태화관광이 차량 관리나 안전교육 소홀 등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냈다.
경찰에 따르면 태화관광은 등록버스 68대 가운데 8대의 속도제한장치를 조작, 시속 110㎞ 이상의 속도를 내도록 했으며 버스기사 채용 때 16시간의 안전교육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공사업체인 현대건설은 ‘도로 공사장 교통관리지침’상 중앙분리대와 차선 사이 거리를 1.2m로 유지해야 하는데도 30㎝밖에 확보하지 않았고, 차로 너비도 최소 기준치인 3.5m에 못 미치는 3.4m 밖에 확보하지 않았으며, 공사구간 갓길도 70㎝로 기준치인 1m에 크게 못 미쳤다.
경찰은 태화관광의 관리 부실은 울산시에, 공사구간 미비한 도로 구조·시설에 대해서는 한국도로공사에 각각 통보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사고는 지난 13일 오후 10시 11분께 경부고속도로 부산방면 언양분기점 500m 전방에서 관광버스가 콘크리트 가드레일을 들이받으면서 화재가 발생해 승객 등 10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을 입었다. 김창배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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