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컵스가 리글리필드에서 재현될 뻔한 ‘염소의 저주’ 악몽을 일단 떨쳐는 데 성공했다.
컵스는 3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필드에서 계속된 클리블랜드와 월드시리즈(7전4선승제) 5차전에서 3-2로 승리했다. 이로써 전날까지 1승3패로 벼랑 끝에 몰려 있었던 컵스는 홈팬들 앞에서 클리블랜드에 우승컵을 내주는 걸 저지하면서 시리즈를 6차전으로 몰고 갔다. 컵스가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월드시리즈에서 승리한 건 1945년 10월8일 이후 71년 만이다. 그러나 여전히 컵스는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겨야 1908년 이후 108년 만의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역대 월드시리즈 사상 1승3패 팀이 3연승을 거두며 우승에 성공한 경우는 피츠버그(1925년), 뉴욕 양키스(1958년), 디트로이트(1968년), 캔자스시티(1985년) 등 네 번밖에 없다.
이날 컵스는 에이스 존 레스터를 내세워 배수의 진을 쳤고, 클리블랜드도 트레버 바우어로 맞불을 놓아 68년 만의 우승 의지를 보였다. 레스터는 올해 정규시즌에서 19승5패, 평균자책점 2.44의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 포스트시즌에서도 2승1패, 평균자책점 1.69로 맹활약 중이다. 바우어는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에서 각각 12승8패에 평균자책점 4.26, 1패에 평균자책점 5.00을 기록했다.
승자는 레스터였다. 레스터는 6이닝을 4피안타(1피홈런) 무4사구 5탈삼진 2실점으로 막고 승리 투수가 됐다. 반면 바우어는 6피안타(1피홈런) 무4사구 7탈삼진 3실점하고 4이닝 만에 강판됐다.
선취점은 이날도 최근 상승세의 클리블랜드가 뽑았다. 클리블랜드의 호세 라미레스는 2회초 레스터의 시속 149㎞(92.3마일) 포심 패스트볼을 통타해 좌월 솔로홈런을 쏘아 올렸다. 클리블랜드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선취점=승리’ 공식의 100% 확률을 이어갔으나 이날은 예외였다.
컵스는 4회말 크리스 브라이언트의 동점홈런을 시작으로 3점을 내며 단숨에 역전했다. 브라이언트는 선두타자로 나가 바우어의 시속 147㎞(91.5마일)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 쳐 좌중월 솔로포를 작렬, 승부를 1-1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전날까지 월드시리즈에서 14타수 1안타로 침묵하던 브라이언트의 천금 같은 한 방이었다. 기세가 오른 컵스는 이후에도 연속 3안타가 더해져 1점을 보탰고, 이어진 1사 만루에서 데이비드 로스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3-1로 달아났다.
‘와후 추장의 저주’를 풀기 위한 클리블랜드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6회초 2사 2루에서 프란시스코 린도어의 중전안타가 나오면서 2-3으로 추격한 것. 그러자 컵스는 3-2로 앞선 7회초 1사 2루에서 마무리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을 마운드에 올리는 강수를 띄웠고, 채프먼은 9회초까지 2⅔이닝이나 던지면서 1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를 지켰다. 채프먼은 9회초에도 시속 163㎞(102마일)의 강속구를 뿌렸다.
두 팀은 하루를 쉰 뒤 2일 클리블랜드의 홈 구장인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6차전과 7차전을 치른다. 컵스는 6차전 선발로 제이크 아리에타를, 클리블랜드는 조쉬 톰린을 각각 예고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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