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때 새로 이사를 한 집은 방이 세 개였다. 우리 가족은 딸 셋이었으니 모두 다섯이었지만 방은 한 개만 썼다. 방 하나에는 부엌을 덧지어 신혼부부에게 세를 놓았고 마지막 방 하나도 세를 놓기 위해 전봇대에 벽보를 붙였다. “잠자는 방 있음” 그러면 멀건 총각들이 방을 보러 왔다. 모두 사택 바로 앞 제철소에서 일을 하던 총각들이었다. 그들은 정말 그 방에서 잠만 잤다. 밥은 공장 식당에서 먹었고 우리 아빠처럼 3교대 근무를 했다. 그림을 그리던 총각도 있었다. 퇴근을 하면 방에 웅크리고 앉아 그림을 그렸는데 여섯 살 내가 하도 궁금해 방문을 슬그머니 열면 조그맣고 어두운 방에서 화들짝 풍기던 유채물감의 기름 냄새. “엄마, 아저씨는 잠 안 자고 그림 그리는데.” 그것도 고자질이라고 나는 엄마에게 종알거렸다. 잠자는 방인데 잠은 안 자고 말이야.
아빠와 교대 시간이 달랐으니 나는 아무 때나 떠들 수 없었다. 아빠가 야근을 하고 돌아온 낮이거나 총각이 야근을 한 날, 또 사랑채 아저씨가 야근을 한 날이라면 나는 입도 뻥긋 못하고 까치발을 들고 다녀야 했다. 잠자는 방 총각들은 공장에서 간식으로 내어 준 컵라면을 자전거 뒷자리에 고무줄로 돌돌 묶어서 가져오기도 했다. 그런 날이면 마당 평상에 앉아 어린 나와 함께 나눠 먹었다. 그들은 결혼을 해서야 그 방을 떠났다. 추석이 되면 과자와 사탕이 잔뜩 든 종합선물세트를 들고 놀러 와 엄마에게 그동안 얻어먹은 고구마와 옥수수 값을 치렀다. 총각들도 이제는 환갑이 다 넘었겠다. 그들도 그립네. 특히 그 그림 그리던 총각 아저씨.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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