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적 행위” 논란에도 영장 발부
민주당, 코미 맹공하며 파문 축소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대통령 후보 측근 이메일에 대한 수색영장을 발부 받아 ‘이메일 스캔들’재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대선을 열흘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터진 악재를 만회하려는 듯 클린턴 진영과 민주당 주요 인사가 총출동, 제임스 코미 FBI 국장 조치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를 이롭게 하는 ‘정파적’ 행동이라고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은 30일 FBI가 클린턴의 최측근 후마 애버딘의 이메일 수색을 위한 영장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문제의 이메일은 애버딘의 전 남편 앤서니 위너 전 하원의원이 미성년자에게 보낸 음란 문자메시지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위너 전 의원 노트북에서 발견된 이메일이 65만건에 달하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클린턴과 애버딘과 관련된 서신이어서 수사가 대선 투표일(8일) 이전에 마무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했다. 수사관들이 이메일을 읽어봐야 하고, 의문점이 있으면 다른 기관에 보내 검토하는 과정 등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승리를 예감하던 상황에서 최대 악재를 만난 클린턴과 민주당 진영은 코미 국장을 맹공격하는 방법으로 파문 최소화를 시도하고 있다. 당장 민주당의 해리 리드(네바다) 상원 원내대표가 코미 국장에게 경고 서한을 보낼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입수한 서한 초안에 따르면 리드 대표는 “코미 국장이 민주당에 맞서 공화당을 돕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는 ‘연방 공무원의 활동이 선거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해치법(Hatch Act) 위반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코미 국장이 트럼프와 그의 고위급 참모, 그리고 러시아 정부 사이의 긴밀한 관계와 협력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으면서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4년까지 정부 직제상 코미 국장의 상관으로 일했던 에릭 홀더 전 법무부 장관과 전직 연방검사들도 코미 국장을 비판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들은 코미 국장의 행동이 선거 과정에 영향을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법무부 정책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클린턴 진영의 존 포데스타 선대본부장도 CNN에 출연해 “대선을 11일 앞둔 시점에 이런 것(재수사)을 던지는 것은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부적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우리는 코미 국장이 지금이라도 뭐가 문제인지 즉각 밝히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FBI가 구체적인 내용도 밝히지 않고 재수사 방침만 밝혀 의혹을 키워 결과적으로 선거 막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는 FBI와 민주당의 공방을 부추기며, 승기를 잡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클린턴과 민주당은 며칠 전까지도 코미 국장을 찬양했다”며 “압도적인 증거 앞에서는 수사를 지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FBI 결정이 나오기 전부터 이미 많은 여론 조사에서 앞서기 시작했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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