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박정환 9단
흑 탕웨이싱 9단
<장면 2> 응씨배 창설자 잉창치는 바둑 보급에 한평생을 바친 인물이다. 잉창치가 거금을 들여 세계대회를 만든 목적도 중국 바둑의 세계 제패를 기원하는 뜻과 함께 자신이 개발한 독자적인 바둑규칙인 ‘응씨 룰’을 널리 보급하기 위해서라는 게 바둑계의 정설이다. 바둑 마니아였던 잉창치는 ‘응씨 룰’이 가장 합리적인 바둑 룰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했고, 중국 기사들이 자신이 만든 대회에서 우승하기를 간절히 원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잉창치의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응씨룰’은 아직도 응씨배에서만 사용될 뿐 보편적인 바둑 룰로 자리 잡지 못했고, 자신의 생전에 응씨배서 한 번도 중국 기사가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1기부터 4기까지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가 잇달아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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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웨이싱이 상변에 1로 침입했을 때 박정환이 2로 눌러 막고 흑이 3으로 끼운 데까지 흔히 볼 수 있는 진행이다. 이때 <참고1도> 1, 3으로 두는 건 4, 6을 선수한 다음 8로 단수 치면 중앙 백돌을 축으로 잡을 수 있어서 흑이 만족스런 결과다. (7 … ▲)
그래서 백은 <참고2도>처럼 두는 게 보통이다. 한데 실전에서는 박정환이 4부터 8까지 위쪽을 계속 눌러갔다. 이 역시 실전에서 자주 나오는 형태지만 흑이 실리를 챙기면서 너무 쉽게 안정한 모습이어서 백이 별로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인데 박정환이 별로 시간을 들이지 않고 서슴없이 이 진행을 택한 걸 보면 뭔가 나름대로 미리 준비한 게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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