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지원금 최대 55만원까지
번호이동 하루 2만건 훌쩍 넘자
방통위, 이통사에 경고ㆍ집중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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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A통신사에서 B통신사로 번호이동을 한 김모(28)씨는 출고가 99만9,900원인 아이폰7(128GB)을 사며 60여만원만 지불했다. 더구나 김씨는 제주도 왕복 항공권도 2장이나 받았다. 월 6만원대 요금제 이용자인 김씨의 경우 정상 구매라면 통신사의 지원금을 받더라도 91만8,250원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론 불법 지원금을 30여만원이나 더 받았다.
휴대폰 커뮤니티에도 불법 지원금으로 저렴하게 구매했다는 후기가 속속 게재되고 있다. C통신사에서 A통신사로 번호이동을 하면서 V20(출고가 89만9,800원)를 구매했다는 한 소비자는 지원금 대신 요금할인을 선택했음에도 31만원의 지원금을 지급받았다고 밝혔다. 갤럭시노트7을 이용 중이라는 다른 소비자 역시 “31일이 (번호이동) 마지막 날이어서 유통점들을 돌았더니 C통신사 번호로 이동 시 갤럭시S7을 현금 20만원으로 구매할 수도 있었다”는 글을 올렸다.
이동통신 시장의 번호이동 고객 쟁탈전이 과열되고 있다. 특히 갤럭시노트7 이용자의 경우 번호이동 가능 기한이 이달 말까지로 한정돼 있어 4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잠재 가입자를 유치해 오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30일 이동통신 시장에 따르면 삼성전자 갤럭시S7, LG전자 V20, 애플 아이폰7 등 주요 스마트폰에 지급되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이 최대 50만원대까지 커져, 공시 지원금을 초과한 불법 지원금이 난무하고 있다. 리베이트는 이동통신사가 대리점, 판매점 등에 휴대폰 판매 1대당 지급하는 수수료다. 유통점들이 본인의 몫인 리베이트 중 일부를 번호이동을 조건으로 가입자에게 지급하며 불법 지원금으로 전용되고 있는 것이다.
번호이동 시장 과열 조짐은 아이폰7 출시일인 지난 21일부터 벌어졌다.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주력 제품 판매에 손을 놓고 있었던 이동통신사들 사이에서 아이폰7을 앞세운 영업 경쟁이 촉발된 게 발단이었다. 얼어붙었던 시장에 활기가 돌기 시작하자 리베이트 경쟁은 갤럭시S7, V20 등으로 확대됐다. 갤럭시S7에는 최대 50만원대, V20와 아이폰6s에도 최고 40만원대의 불법 지원금이 제공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번호이동 경쟁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21일과 22일 번호이동 건수는 각각 3만6,987건, 2만5,985건을 기록했다. 24일에도 2만9,466건에 달했다. 통상 시장 과열 기준으로 삼는 2만4,000건을 훌쩍 넘는 기록이 연일 이어지며 방송통신위원회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에 과도한 리베이트 경쟁을 경고하고 나섰지만 한 번 달아오른 분위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방통위는 당분간 불법 지원금에 대한 집중 감시를 진행할 계획이다.
휴대폰 유통업계 관계자는 “10,11월은 하반기 실적을 마감하는 기간인데다 타사 갤럭시노트7 가입자를 빼앗아 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여서 물밑 고객 쟁탈전이 극에 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갤럭시노트7 교환 및 환불 기한이 올 연말까지인 만큼 갤럭시노트7에서 다른 기종으로의 교환도 시간이 갈수록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 휴대폰 할부원금 50% 할인 등 추가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30일까지 갤럭시노트7 교환율은 전체의 20% 수준으로 추정된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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