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 기성정치’를 내건 아이슬란드 해적당이 총선에서 원내 공동 제2당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정부 구성 협상 결과에 따라서는 집권세력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29일(현지시간) 치러진 아이슬란드 조기총선 개표 결과, 집권 연립정부의 일원인 독립당은 21석, 야당인 좌파녹색당은 10석을 얻었다. 해적당은 14.5%를 득표해 기존 의석수 3석에서 10석으로 뛰어 올랐지만 득표율은 투표 직전 지지율(20%) 보다 못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좌ㆍ우 성향의 정당이 총 63석인 의회의 과반(32석)에는 미치지 못했다.
해적당을 포함해 좌파녹색당 등 좌파 성향 4개 당은 모두 27석을, 현 집권 중도우파 연정(독립당, 진보당) 역시 29석에 그쳤다. 특히 현 집권 여당의 연정 파트너인 진보당은 11석이나 줄어든 8석을 얻으며 참패했다. 진보당은 지난 4월 사상 최대 조세 회피 의혹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에서 조세회피처에 재산을 빼돌린 의혹이 제기된 다비드 귄로이그손 전 총리가 이끈 정당이다.
이에 따라 7석을 확보한 신생 개혁당이 차기 정부 구성의 열쇠를 쥐게 됐다. 개혁당은 유럽연합(EU) 가입 찬반 국민투표 실시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독립당을 탈당한 이들이 만든 정당으로 친(親) EU 성향이다. 아직 좌ㆍ우 두 진영 중 선호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해적당의 약진은 유럽을 휩쓸고 있는 포퓰리스트 성향의 신생 정당이 부상한 흐름을 반영한다. 기성 정치에 대한 반감이 정치 지형을 무너뜨리는 흐름이다. 다만 집권세력의 한 축인 독립당이 지금보다 의석을 늘린 데에는 안정을 바라는 민심도 적지 않음을 반영한다. 독립당은 금융위기 여파를 딛고 성장세를 구가하는 경제를 집중 호소했다. 인구 33만명인 아이슬란드 경제는 올해 240만명에 이르는 외국인 관광객에 힘입어 4.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업률은 현재 2%대로 떨어졌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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