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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업계 “22조원 연기금풀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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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업계 “22조원 연기금풀 잡아라”

입력
2016.10.3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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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 규모 연말, 17조는 내년 선정

“대형 운용사에 유리한 평가방식

선정기준 불합리” 지적 잇달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2조원 규모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선정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자산운용사들 간의 유치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주객전도된 평가기준에 주간운용사 선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울 거란 우려와 함께 업계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30일 기획재정부와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에 11월 초께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선정 입찰 공고를 낼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선정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 연말까지 주간운용사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기금투자풀은 군인연금 등 55개 기금 중 일부(22조원 규모)를 민간 자산운용사에 위탁ㆍ운영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2001년 12월 도입된 뒤 삼성자산운용이 단독 운영을 해오다가 2013년부터 복수운용체제로 바뀌어 현재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선정된 운용사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2013년부터 맡아온 5조원 규모의 기금을 내년부터 굴리게 된다. 17조원을 운용하는 삼성자산운용의 위탁기간(4년)도 내년에 끝난다.

자산운용업계 대어(大魚)로 불리는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교체가 임박하면서 이를 잡기 위한 운용사 간의 다툼도 치열하다. 국내외 경쟁력 확보를 위해 몸집 불리기에 나선 자산운용사 입장에선 수조원의 기금을 위탁받아 운용할 수 있는 연기금투자풀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자산운용사의 운용규모를 크게 키울 수 있고, 높아진 공신력을 바탕으로 다른 사업을 진행하는데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공적자금 주간운용사라고 회사를 설명하면 국내는 물론, 해외영업에서도 비교적 수월하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7명 규모의 기금솔루션본부를 별도로 꾸려 1년 넘게 연기금투자풀 입찰에 대비해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기금운용컨설팅본부 소속 6명, KB자산운용은 CM전략본부 3명에게 해당 업무를 전담시켜 막바지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재선정을 노리는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주간운용사를 해본 노하우를 앞세워 입찰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선정 기준의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는다. 위탁자금 운영전략 등 소프트웨어보단 운용사의 규모와 같은 하드웨어가 사실상 당락을 결정하는 식으로 왜곡돼 있다는 것이다. 연기금 투자풀 주관운용사 선정(100점 만점)은 ▦운용인력ㆍ운용규모를 평가하는 정량평가 25점, ▦향후 운용전략 등을 보는 정성평가 65점, ▦입찰에 참여한 운용사가 써낸 운용보수가 적절한지 살피는 가격점수 10점을 합산해 결정한다.

문제는 정성평가 등급별 점수 차이를 3~4점으로 묶어놨다는 점이다. 앞서 2014년 고용노동부 산재보험기금 전담 자산운용기관 선정과정에서 특정 위원들이 한 운용사의 정성평가에 점수를 과하게 줬다는 논란이 제기되자 정부는 지난해 10월 이렇게 세부평가방식을 변경했다.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A운용사가 65점 만점이라면 2등을 한 B운용사 점수는 61~62점으로 자동 조정되는 식이다. 반면 정량평가에서는 이런 방법이 적용되지 않아 1등이 25점 만점, 2등이 최하점(만점의 60%)인 15점을 받을 수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정작 중요한 기금 운용계획 등이 평가에서 간과되고 있다”고 꼬집었고,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결과적으로 모든 운용사들이 정량평가에 매달리는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고 말했다. 정량평가 비중이 높아지다 보니 결국 대형 운용사에게 유리한 평가방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선정기준은 누군가에겐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박준석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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