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순차적 인사 왜?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대통령비서실장과 수석 4명, ‘문고리 3인방’ 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하면서도 민정수석과 홍보수석 후임자만 우선 발표한 것은 ‘우병우 인사’라는 비판을 피하면서 국정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내놓은 다급한 조치로 풀이된다.
내각이나 청와대 참모진의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곳이 민정수석실이다. 이번 인사에서 우 수석이 경질됐다고 하더라도 새 참모진이 함께 발표되면 새 참모진의 인사 검증을 맡은 이가 우 수석이라는 논리가 성립한다. 우 수석의 영향력 하에서 새 참모진이 구성됐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인적 쇄신의 효과를 최대화 하기 위해선 우 수석을 우선 교체하고 새 민정수석 하에서 인사를 단행하는 것이 인사 검증 논란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홍보수석은 청와대의 ‘얼굴’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현재의 비상 시국에서 언론과의 소통을 위해 한시라도 공석으로 놔둘 수 없는 자리다. 아울러 김성우 홍보수석이 일찌감치 사의를 표명해 후임자 인선 작업이 이미 진행돼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직책의 인선이 미뤄진 것은 아직 후임자를 찾지 못한 사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달리 보면, 워낙 다급한 상황이다 보니 후임자가 없는 상태에서 일단 문제가 된 인사들과 주요 책임자를 경질부터 한 셈이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레임덕에 빠졌다는 점에서 적임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정책조정수석 등 후임 인사가 완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책조정수석이 정부 정책의 큰 틀을 조율하고, 정무수석은 정치권에서 요구하는 거국 중립 내각을 논의해야 할 중임을 맡고 있어 마냥 비워두기는 곤란한 자리다. 후속 인사가 시일을 끈다면 인적 쇄신의 효과도 반감할 수밖에 없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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