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는 지난 2014년부터 베트남 증권거래소에 상당한 공을 들인 끝에 최근 300억원 규모의 증권시장 인프라 구축 사업을 따냈다. 이 사업을 따내기 위해 미국 나스닥을 비롯해 선진국 증권거래소가 일제히 뛰어들었지만 베트남 정부는 베트남 증권거래소의 전체 IT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는 사업을 한국거래소에 맡겼다. 거래소 관계자는 “베트남이 외국인에게 증시 문호를 적극 개방하면서 증시 시스템을 선진국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관심을 갖는다는 정보를 입수한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베트남 거래소와 접촉한 끝에 베트남의 차세대 증시시스템을 우리 손으로 구축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따낼 수 있었다”고 그간의 노력을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 증가와 함께 최근 4년째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는 베트남은 기존 증시시스템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에 관련 프로젝트를 따낸 거래소는 앞으로 2년에 걸쳐 베트남 정부 자금으로 증권거래소 2곳(호찌민, 하노이)과 예탁기관에 필요한 전체 시스템을 구축한다. 그 동안 거래소가 태국 등에 시장감시시스템 등을 부분적으로 수출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증권시장 관련 제반 시스템을 한꺼번에 수출하는 건 처음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사실상 우리나라 증시 인프라를 그대로 베트남에 옮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코스콤 등과 협력해 국내 시장의 차세대시스템을 기반으로 현지에서 제반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매매체결과 시장정보, 시장감시, 청산결제, 예탁ㆍ등록 차세대시스템 등 자본시장 운영에 필요한 모든 기능이 포함된다. 거래소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국내 IT 기업을 비롯해 국내 다수의 IT 전문기업과 협업할 예정이다.
거래소는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선진국 거래소들이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증시 IT 솔루션 수출시장에서 거래소의 인지도와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그간 베트남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온 정부 사업인 만큼 앞으로 국내 금융기업의 베트남 진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거래소는 2007년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 태국, 우즈벡, 아제르바이잔, 베트남 등 총 8개국을 대상으로 IT 시스템을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으며 앞으로 수출 대상을 중동, 남미까지 넓힐 계획이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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