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욱 호박라떼’, ‘김현아ㆍ구정환 진저시나몬라떼’.
제과ㆍ제빵 전문기업 SPC가 장애인 직원들을 고용해 운영하는 ‘행복한 베이커리&카페’에서만 맛볼 수 있는 커피 상품이다. 서울 강동구에 있는 행복한 베이커리&카페 온조대왕문화체육관점에서 일하는 바리스타 서진욱(23ㆍ발달장애 3급)씨는 2014년 말 푸르메재단이 이 카페 직원을 대상으로 개최한 바리스타 대회에서 우승했다. 당시 그가 선보인 호박라떼는 실제로 ‘서진욱 호박라떼’라고 이름이 붙여져 겨울철에 행복한 베이커리&카페에서 판매됐다. 지난해 대회 우승자로 서울시인재개발원점에서 일하는 김현아ㆍ구정환 바리스타의 진저시나몬라떼도 마찬가지다. 서씨는 “꿈꿔왔던 일이 이뤄져 너무 행복했다”며 “내가 개발한 음료에 내 이름이 붙여져 매장에서 판매되는 게 너무 신기하다”고 말했다.
행복한 베이커리&카페의 시작은 허영인 SPC 회장이 중증 장애인 직원들이 빵을 굽는 ‘애덕의 집 소울베이커리’를 알게 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허 회장은 “빵을 통해 꿈을 펼치고자 하는 장애인들을 우리가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고 이에 SPC는 애덕의 집 소울베이커리 내에 장애인 제빵교육시설을 설치ㆍ지원하게 됐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들이 만든 우수한 제품을 더 많은 곳에 공급하는 동시에 장애인 일자리 창출까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찾은 게 바로 행복한 베이커리&카페다. 2012년 푸르메재단과 함께 서울 종로구 푸르메센터 1층에 1호점의 문을 열었다. 소외 계층 일자리 창출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던 서울시도 2013년부터 동참했다. 행복한 베이커리&카페는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SPC, 서울시, 푸르메재단, 애덕의 집 소울베이커리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SPC는 매장 운영에 필요한 인테리어와 설비, 자금, 직원 교육, 제품 개발 등을 지원하고, 서울시는 매장 공간 마련과 행정 지원, 푸르메재단은 장애인 채용과 운영을 맡는다. 애덕의 집 소울베이커리는 빵을 생산해 공급한다. 매장 운영 수익금은 전액 장애인 직업자활사업에 사용된다.
행복한 베이커리&카페는 사업을 시작한 지 4년여 만에 매장을 7개까지 늘렸다. 현재 22명의 장애인 직원을 포함한 34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매장에서 나는 수익으로 급여를 받는다. 고재춘 푸르메재단 기획실장은 “발달장애로 인해 대화와 표현이 서툰 직원들은 처음에는 고객들을 대하기 어려워하지만 점차 익숙해지면서 나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있다”며 “이곳에서 일한 후 장애인들의 자존감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게 된 애덕의 집 소울베이커리도 성장하고 있다. 행복한 베이커리&카페가 문을 연 이후 애덕의 집 소울베이커리 매출은 매년 5~10% 늘었다. 장애인 직원 수도 35명에서 43명으로 많아졌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SPC는 지난해 서울시로부터 민관협력 우수기업 표창을 받았다. SPC는 2018년까지 10호점을 여는 게 목표다.
SPC는 2012년 4월부터 애덕의 집 소울베이커리에 ‘SPC&소울 행복한 베이커리 교실’을 열어 지적ㆍ자폐성 장애인에게 3~6개월 제과제빵 직업교육을 한 뒤 취업으로 이어주는 활동도 펴고 있다. 지금까지 90명이 넘는 장애인이 교육을 받았고, 이중 41명은 취업에도 성공했다.
2년 전부터는 서울의 장애인 제과제빵작업장 10곳에서 신제품 개발과 기술을 교육하는 ‘SPC 해피투게더베이커리’도 진행 중이다. 노후설비 교체 지원, 공동 브랜드 제품 개발 등 장애인 일자리 창출과 안정적인 직업 환경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SPC가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파스쿠찌는 2분기마다 한 번씩 장애인 바리스타 커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론뿐 아니라 에스프레소 추출, 라떼 아트, 평소 연습할 기회가 부족한 커피머신을 사용하고 커피를 직접 만들어 보는 과정 등으로 이뤄져 있다. SPC의 과일음료 전문 브랜드 잠바주스도 파스쿠찌에서 교육을 받은 장애인 바리스타들을 스무디 교육장에 초대해 스무디와 주스 제조 교육을 하는 ‘행복한 스무디 교실’을 열고 있다.
임직원 기부 프로그램 ‘SPC 행복한펀드’도 눈길을 끌고 있다. 임직원들이 매달 1인당 1,000원을 기부하면 회사가 일정액의 매칭 펀드를 조성해 기부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까지 7억6,000여만원을 푸르메재단에 기부하고, 350명의 장애 어린이에게 재활치료비, 의료비, 맞춤형 보조기구 등을 지원했다. 지속적인 재활치료로 가족여행이 어려운 장애어린이 가족들을 대상으로 가족 여행 프로그램인 ‘행복한 가족여행’을 통해 매년 봄ㆍ가을 10가족씩 연간 20가족에게 2박3일 제주 여행도 선물하고 있다.
유승권 SPC해피봉사단 사무국장은 “장애인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큰 목표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라며 “비장애인과 똑같이 일하고 고객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많아질수록 장애인에 대한 고정 관념과 편견은 자연스럽게 사라져 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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