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세계는 지금] 겉으론 종파 전쟁… 속내는 중동 맹주 경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세계는 지금] 겉으론 종파 전쟁… 속내는 중동 맹주 경쟁

입력
2016.10.30 20:00
0 0

아랍의 봄 이후 거세진 권력 다툼

종교 맞물려 국제 대리전으로

예멘 내전은 사우디 등 아랍권 내 수니파의 지지를 받는 예멘 정부와 이에 맞서는 후티 반군 갈등이라는 점 때문에 ‘종교 전쟁’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종교 갈등 이면의 예멘 내부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예멘 내전은 국내 권력투쟁 및 관계국들의 각종 이해에서 비롯된 복잡한 전쟁이라는 것이다. 시사주간지 포리너스는 “내전의 본질은 늙은 독재자가 잃었던 권력을 되찾으려 노욕을 부리는 데 있다”라고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74)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사우디가 가난한 국가 예멘에 공습을 퍼붓는 이유는 예멘의 합법적 대통령인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71)에게 정권을 돌려주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지적이다.

하디는 ‘아랍의 봄’을 맞아 34년 독재 정권(살레 전 대통령)이 무너지면서 2012년 2월 협상에 의해 집권했다. 하지만 살레 전 대통령과 후티 반군은 권력 구도 양상에 불만을 품고 2014년 9월 수도 사나를 점령한 뒤 하디 대통령을 축출하면서 본격적인 내전이 시작됐다. 당시 하디 대통령은 2015년 3월 사우디로 망명해 도움을 요청했다. 사우디는 후티 반군의 배후 세력으로 이란을 지목, 사우디를 비롯한 수니파 국가들이 연합군을 구성하고 2015년 3월 사나를 공습하면서 ‘국내 권력 다툼’이었던 내전은 ‘사우디-이란 간 대리전’ 혹은 ‘수니파 vs 시아파’의 종파 전쟁으로 확대된 것이다. 하디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피신 9개월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내전의 수렁에서 건져내기엔 전쟁의 규모가 너무 커져 버린 사실에 거의 절망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다.

사우디는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이고, 이란은 시아파 종주국이며 후티 역시 시아파이기 때문에, 예멘 내전은 종교 갈등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또 사우디 입장에서 예멘까지 이란의 영향력 아래에 들어가면 사우디는 레바논과 시리아, 이라크에 예멘까지 ‘시아벨트’에 둘러싸인다.

하지만, 사우디가 적극적으로 내전에 개입하는 것은 국내 정치 탓도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 국왕은 ▦이란 견제 ▦아랍 맹주로서의 위상 재건 ▦왕정 강화뿐 아니라 후계 구도 안정을 노리고 내전에 뛰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예멘 공격은 살만 국왕이 전격 발탁한 국방장관 무하마드 빈 살만(31) 부왕세자가 주도하고 있다. 미국이 내전에 관여한 데 대해서는 “지난해 7월 미국-이란 간 핵 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난 이후, 미국은 이란의 적대국인 사우디에 ‘미국은 이란 편을 드는 게 아니다’라는 제스처를 보여줄 필요도 있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