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막강 선발진의 위력을 앞세워 홈에서 열린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1, 2차전을 쓸어 담고 21년 만의 통합 우승에 절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두산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선발 장원준(31)의 역투를 앞세워 5-1로 승리했다. 전날 1차전에서도 더스틴 니퍼트를 내세워 1-0으로 이긴 정규시즌 역대 최다승(93승)팀 두산은 이로써 2승을 먼저 올려 한국시리즈 2연패와 1995년 이후 21년 만의 통합 우승 8부 능선을 넘었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초반 2연승을 한 팀은 17번, 그 중 우승은 15번으로 확률 8할8푼2리에 이른다. 나머지 두 차례 예외의 희생양은 공교롭게도 모두 두산이었다. 두산은 2007년 SK와 한국시리즈에서 2연승 후 4연패로 우승에 실패한 데 이어 2013년에도 삼성에 먼저 2승을 거뒀지만 3승4패로 우승컵을 내 줬다.
두산의 선발 마운드와 NC의 공격력으로 집약된 이른바 ‘판타스틱4’(더스틴 니퍼트-마이클 보우덴-장원준-유희관)와 ‘나이테박’(나성범-이호준-에릭 테임즈-박석민)의 대결에서 1, 2차전은 두산의 완승이었다. 장원준은 8⅔이닝 동안 116개의 공을 던지며 NC 타선을 10피안타 5탈삼진 1실점으로 꽁꽁 묶었다. 9회초 투아웃까지 역투한 장원준은 왼손 중지손가락 물집이 잡혀 완투승은 포기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1차전에서도 니퍼트가 8이닝 2피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를 한 두산 마운드는 이날 8회 첫 실점하기까지 NC 타선을 18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두산은 0-0으로 맞선 4회말 3-5번인 민병헌-김재환-닉 에반스의 연속 3안타로 무사 만루의 찬스를 잡은 뒤 1사 후 양의지의 우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4타수 3안타 2타점을 기록한 양의지는 2차전 MVP로 선정됐다. 무기력하던 NC 타선은 8회초 선두타자 이호준의 안타 후 대타 지석훈의 희생번트가 병살타로 이어지면서 찬물을 끼얹는 듯 했으나 2사 후 연속 3안타로 한국시리즈 첫 득점을 올려 1-1, 균형을 맞췄다. 그러나 두산은 8회말 반격에서 승부를 갈랐다.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선두타자 박건우는 희생번트와 내야땅볼로 3루까지 진루한 뒤 NC 선발 에릭 해커의 폭투 때 홈을 파고들어 결승점을 뽑았다. 베이스커버를 위해 홈으로 뛰어든 해커에게 왼쪽 무릎을 밟히는 부상을 당했지만 박건우의 발이 홈플레이트를 먼저 통과했다. 이어 4번타자 김재환은 흔들린 해커의 3구째 시속 142㎞ 짜리 직구를 걷어 올려 쐐기 우월 솔로홈런을 터뜨려 잠실구장을 축제 분위기로 만들었다. 두산은 에반스와 오재일, 양의지의 연속 3안타로 2점을 더 보태 5-1로 달아났다.
NC는 중심타선이 이틀 연속 침묵한 게 뼈아팠다. 나성범-테임즈-박석민-이호준은 1차전에서 14타수 1안타로 고개를 숙인 데 이어 2차전에서도 15타수 3안타에 그쳤다.
한편 2차전 시구는 ‘골프 여제’ 박인비(KB금융그룹)가 맡았다. 또 10년간 두산에서 뛴 뒤 올해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한 김현수(볼티모어)가 친정팀을 응원하기 위해 잠실구장을 찾았고, 강정호(피츠버그)도 모습을 보였다.
앞서 1차전에서는 연장 11회말 접전 끝에 두산이 1-0으로 이겼다. 한국시리즈 연장전은 18번째이며 1차전이 연장으로 치러진 건 1994년 이후 22년만이자 역대 4번째다. 니퍼트는 지난해 10월10일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 7회부터 올해 1차전까지 34⅓이닝 동안 한 점도 내주지 않아 이 부문 한국시리즈 기록을 경신했다. 종전 기록은 김수경이 현대 시절이던 1998년 10월24일 한국시리즈 2차전부터 2000년 11월4일 한국시리즈 4차전까지 이어간 27⅔이닝 무실점이다.
두 팀은 하루를 쉰 뒤 내달 1일부터 NC의 홈인 창원 마산구장으로 장소를 옮겨 3~5차전을 치른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ㆍ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ㆍ김주희기자 ju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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