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미르 취재 본격화하자 출국
독일서 머물며 언론과 숨바꼭질
직접 마중 나간 이경재 변호사
“은거 장소 놓고 고민 많이 해”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씨의 귀국은 57일만이었다. 약 2개월간 독일에서 언론의 추적을 피해 숨바꼭질을 벌이던 최씨는 30일 오전 비밀리에 귀국한 후에도 종적을 감췄다.
최씨는 지난 26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건강상 이유로 당분간 귀국이 어렵다”고 밝힌 입장을 뒤집고 30일 전격 귀국했다. 독일이 아닌 영국 런던에서 브리티시에어웨이 항공편을 타고 이날 오전 7시3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남색 누비옷과 검정색 선글라스 차림에 검정색 가방을 든, 다소 초췌한 모습이었다.
입국 때 대기하던 검찰 수사관들이 최씨를 데리고 갔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검찰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최씨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동북아 이경재 변호사는 “30일 오전 최씨를 공항에 마중 나갔다”며 “최씨를 어디에 은거시킬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서울 모처에 은신처를 마련한 최씨는 31일 오후 3시 검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최씨가 재단의 자금유출 통로로 의심 받고 있는 비덱스포츠 등이 설립된 독일로 출국한 9월 3일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등에 대한 언론의 취재가 본격화한 시점이다. 이후 최씨는 지난해 11월 매입한 독일 헤센주 비덱 타우누스 호텔 및 인근 주택 등에서 딸 정유라씨 가족과 함께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국내 언론의 추적이 시작되자 급히 호텔과 주택을 매물로 내놓고 종적을 감추며 취재진과 숨바꼭질을 벌였다. 최씨는 도피 중에도 이달 초 이경재 변호사에게 변호를 의뢰하고, 지난 26일 독일 헤센주의 한 호텔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하는 등 검찰 수사에 대비하는 행보를 보였다. 말 맞추기와 증거인멸 우려가 제기된 것도 검찰이 최씨 소환을 서두른 이유로 꼽힌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