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핵심’ 지도자로 격상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전통적으로 총리가 관장해온 경제정책까지 틀어쥐고 나섰다. ‘시진핑 사람들’의 승진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시 주석의 1인 지배체제 강화는 동시에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입지 축소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30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8기 6중전회) 폐막 이튿날인 지난 28일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를 주재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총수요의 적절한 확대와 공급측 구조개혁을 하반기 경제운용 기조로 제시하면서 올해 경제성장 목표(6.5∼7%) 달성과 제13차 경제ㆍ사회개발 5개년 계획(13ㆍ5 규획, 2016∼2020년) 이행을 위한 환경 조성에 힘쓸 것을 지시했다.
그간 경제정책 기조를 두고 시 주석은 공급측 구조개혁을, 리 총리는 양적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을 각각 강조해왔고, 시 주석의 경제책사인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주임이 공개적으로 리 총리의 정책을 비판하는 등 양측이 힘겨루기를 벌여왔다. 하지만 6중전회 직후 열린 중앙정치국 회의의 기류로 볼 때 향후 경제정책도 시 주석이 주도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리 총리는 시 주석이 경제정책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당일 국무원 당조직 회의를 열어 “6중전회에서 시 총서기의 핵심 지위를 명확히 했다”며 시 주석 발언에 대한 철저한 학습을 주문했다. 그는 특히 경제정책과 관련해서도 “공급측 개혁을 주노선으로 삼아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하라”고 강조했다. 리 총리가 시 주석에게 경제정책의 주도권이 넘어갔음을 인정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권력서열 3,4위인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과 위정성(兪正聲)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도 지난 28일 각각 전인대와 정협 당조직 회의를 열어 사실상 시 주석에 대한 충성을 맹세했다. 이는 6중전회에서 집단지도체제가 유지되기는 했지만 시 주석의 독점적 지위가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 주석의 측근그룹 시자쥔(習家軍)과 리 총리의 정치적 기반인 퇀파이(團派ㆍ공산주의청년단 출신 파벌) 인사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시자쥔의 일원인 차이치(蔡奇) 국가안전위원회 판공실 부주임은 베이징(北京)시장을 거쳐 내년에 베이징 당서기가 됨으로써 중앙정치국 위원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차오량(蔣超良) 전 지린(吉林)성 성장은 최근 후베이(湖北)성 서기로 승진했다. 반면 퇀파이의 주요 인사인 자오융(趙勇) 허베이(河北)성 부서기는 한직인 국가빈곤구제판공실 부주임으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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