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곳 중 1곳은 불황형 흑자
30대 대기업의 절반은 올해 1~3분기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 보다 줄어든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자, 자동차, 철강 등 수출 주력 업종 기업들의 성장 부진이 두드러졌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경비 절감으로 수익은 냈지만 매출이 쪼그라든 ‘불황형 흑자’를 기록한 기업도 4곳 중 1곳 꼴이었다.
30일 재벌닷컴이 올해 1~3분기 실적을 발표한 매출 상위 30대 기업(금융기업 제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절반인 15곳의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다. 작년보다 영업이익이 줄어든 기업은 13곳이었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한 기업도 6곳이나 됐다.
삼성전자는 3분기까지 매출이 148조5,35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8%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1.2% 줄어든 20조199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률도 0.3%포인트 낮아졌다.
현대자동차는 매출이 2.9%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4조1,723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13.8%나 급감했다. 포스코는 영업이익이 2조3,726억원으로 14.6%나 증가했지만 매출은 오히려 14% 감소했다. 대규모 계열사 정리와 경비 절감에 주력한 결과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도 매출이 작년보다 각각 21.5%, 15.6% 줄어들었다.
기업들의 외형 성장이 둔화되면서 ‘불황형 흑자’ 기업도 늘고 있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올해 3분기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평균 4.6% 증가했지만, 매출은 평균 6.3%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증가했지만 매출이 줄어든 기업은 포스코, KB금융, SK이노베이션, 현대중공업, 하나금융지주, 에쓰오일, 우리은행, 현대글로비스, 한미사이언스, 현대건설, OCI, GS건설, 현대미포조선 등 13개로 집계됐다.
재계 관계자는 “저성장과 글로벌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위기감을 느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 확보에 나서면서 오히려 매출 규모는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