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날이다. 2016년을 두 달 남겨놓고 있지만, 우리에게 2016년이 어떻게 기억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다만 확실하게 예상되는 것은 2014년과 2015년을 상징하는 키워드가 ‘세월호’와 ‘메르스’였다면, 올해의 키워드는 단연 ‘최순실’이라는 점이다.
‘최순실 사태’는 아직 진행 중이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의혹의 근거를 제공하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고 있다. 초유의 일이기에, 또 상상하기도 쉽지 않았던 일들이기에 이에 대한 정치권의 대처도 혼란스럽다. 분노한 민심의 향배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지난 석 달 간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와 뉴스 기사를 중심으로 ‘최순실 사태’의 주요 계기들과 시기별 이슈를 살펴보았다. 사태의 근원부터 따지자면 유신 시대까지 올라가야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보도를 통해 사실에 대한 접근이 이루어졌기에, 최근에 SNS상에서의 언급 추이를 중심으로 그간의 과정을 되짚어 본다.
‘최순실’ 언급, 성난 민심과 함께 증가
지난 석 달간(7월 29일 ~ 10월 28일) ‘최순실’을 키워드로 하여 얼마나 많은 언급이 뉴스 기사와 함께 개인들이 소통하는 SNS에 나타나고 있는지 파악해봤다. 석 달간의 기간이 네 개의 시기로 뚜렷이 구분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먼저 첫 번째 시기(A)는 상대적으로 소수의 언급만 이루어지던 시기(7월 29일~9월 19일)였고, 두 번째 시기(B)는 한겨레신문에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한 의혹을 보도하며 관심의 증가가 꾸준히 이어지던 기간이다(9월 20일 ~ 10월 16일).
세 번째 시기(C)는 ‘최순실’의 자녀에 대한 이화여대 특혜입학 논란과 함께 결국 해당 대학의 총장이 사퇴로 이어진 시기(10월 17일 ~ 10월 23일)이고, 마지막 시기(D)는 JTBC에서 최순실 측 태블릿PC를 입수하여 대통령 연설문 유출과 수정에 대한 보도와 함께 대통령의 사과가 이루어진 시기(10월 24일 ~ 10월 28일)이다. 특히 이 시기에는 SNS에서의 ‘최순실’에 대한 언급이 하루에 35만건 이상 폭발적으로 나타났고, 이전 시기에 2,000건가량 나타났던 기사건수도 1만건 이상 급증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최순실’관련 보도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던 A 시기이다. 이 시기에 언론보도는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SNS에서의 ‘최순실’ 관련 언급은 간헐적으로 꾸준히 나타나고 있었다. 무엇을 언급하고, 또 공유하고 있었던 것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SNS에서 언급된 내용을 살펴보니, 미국을 근거지로 한 한인 저널에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설립에 ‘최순실’과 청와대 ‘안종범’ 수석이 개입되어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를 네티즌들이 공유하고 있었다. 소수에 의해 공유되어 일종의 ‘루머’로 취급되던 기사가 9월 20일 한겨레 신문의 보도로 사실임이 확인된 것이다.
시기별 검색어 추이를 통해 본 ‘최순실’ 사태
‘최순실’을 키워드로 한 연관어의 추이에서는 시기별 이슈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A와 B 시기에는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의 설립과정에서 대기업으로부터 지원받은 수백억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루어졌다면, C 시기는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학과 학점이수에 있어서의 특혜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되었다. 마지막 시기는 JTBC에서의 연설문 유출 관련 보도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가 다른 연관어들을 압도하여 나타나고 있다. 주말에 전국적으로 이루어진 촛불집회에서 성난 목소리로 외쳐졌던 ‘하야’나 ‘탄핵’도 연관어 사이에서 볼 수 있었지만, 다른 연관어에 비해 그 비중은 높지 않았다. 대통령이 아니라 ‘최순실’을 키워드로 했기 때문이 생각된다.
네 시기 모두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최순실’ 연관어는 ‘딸’ ‘박근혜’ ‘의혹’ ‘최태민’이었다. 이 중에서 ‘딸’은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뿐 아니라 ‘최태민’의 딸인 ‘최순실’도 함께 연관된 것으로 판단된다.
역사에 가정이란 부질없는 것이지만,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감내해야 할 충격이 워낙 크기에 자꾸만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된다. 흔히 우리 민족의 특성이 지나간 과오를 쉽게 잊는 것이라고 말한다. 솔직한 심정은 오히려 그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그간의 과정에서 드러난 ‘비정상’과 그간 여러 차례 얘기되었던 ‘적폐(積弊)’를 일소하고, 지금의 막막함과 부끄러움은 빨리 잊혔으면 좋겠다. 넋 놓고 있기에는 풀어야 할 일이, 그리고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아직 2016년은 두 달이 남아있다.
배영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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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터 출처: 트위터와 뉴스 관련 자료는 조사전문업체인 닐슨코리안클릭(koreanclick.com)의 버즈워드(Buzzword)데이터 이용. 분석에 활용한 트위터 데이터는 2016년 7월 29일 ~ 10월 28일 사이 2,222만개 이상의 계정에서 추출하였고, 뉴스 데이터는 같은 시기의 포털(네이버뉴스, 미디어다음, 네이트뉴스, 뉴스줌 등)에서 제공하는 1,068개 언론사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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