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 사용 논란을 재수사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발표 시점과 공개된 내용의 애매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첫 번째 의문은 대선을 열흘 가량 앞두고 재수사방침이 발표됐다는 것이다. 대선 기간 내내 클린턴의 발목을 잡은 ‘이메일 스캔들’을 재점화함으로써 패색이 짙었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에게 반격의 기회를 줬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를 우려한 법무부가 FBI에 수사 발표를 미룰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제임스 코미 FBI국장도 이 문제를 심사숙고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28일 직원들에게 발송한 내부메일에서 “선거에 영향을 주는 것과 의회ㆍ국민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 사이 균형을 맞추고자 했다”며 “이메일의 중요성이 아직 불확실한 이상 신중하게 입장을 표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미 국장은 새로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클린턴의 최측근 후마 애버딘의 업무 이메일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26일에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클린턴의 개인 이메일 사용 관련 수사는 FBI로서는 이례적으로 내용을 상세히 공개해 가며 진행됐다. 대선후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FBI 입장에서는 대선이 종료된 이후 수사 내용을 공개하더라도 역시 대선에서 특정 집단을 지지했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는 부담이 있었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FBI가 발표한 내용이 애매하다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코미 국장은 추가 수사 방침을 알린 서한에서 “현재로서는 FBI가 발견된 이메일이 중요한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으며 더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클린턴과 존 포데스타 선거본부장 등 클린턴 캠프에서는 “조사 중인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FBI를 압박하고 있다. 클린턴은 29일 플로리다주 데이토나비치 연설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고 심각한 문제”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다만 서한만 놓고 봐서는 FBI가 단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만 공개한 것으로, 현재로서는 클린턴의 새로운 혐의를 찾지는 못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AP통신은 애버딘이 이메일 스캔들 조사과정에서 개인 이메일 자료함은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뒀다고 증언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새로 발견된 이메일 역시 기존 수사 대상 이메일과 유사하게 클린턴과 애버딘의 부주의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원칙상 애버딘은 국무부를 떠나면서 보유한 정부 관련 자료는 모두 폐기해야 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