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10개월간 이어진 무정부 상태를 끝내고 다시 정식으로 총리로서 스페인 정부를 이끈다. 스페인 하원은 29일(현지시간) 라호이 총리 후보 신임 투표를 찬성 170표, 반대 111표, 기권 68표로 가결했다. 이로서 라호이 총리가 이끄는 국민당 소수내각이 지난해 12월 총선 이후 10개월만에 재출범하게 됐다.
라호이 총리는 제1당 국민당(PPㆍ137석)과 제4정당 시우다다노스(32석) 소속 의원 등의 지지를 얻은 가운데 제2당인 사회노동당(PSOEㆍ85석) 의원 일부가 기권을 택하면서 다수 의원의 찬성을 얻을 수 있었다. 지난 주말 사회당은 라호이 총리 신임안 부결 당론을 포기하고 사실상 라호이 총리의 재집권을 용인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사회당은 지난해 12월 이후 10개월간 내각 구성이 실패한 것이 사회당 책임이라는 여론의 확산에 따라 강경 입장을 고수한 페드로 산체스 당대표를 사임케 했다.
라호이 총리가 이끄는 국민당은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잃고 집권연정 구성에도 실패해 스페인 국정이 10개월간 표류했다. 6월 열린 2차 총선에서도 국민당이 137석을 얻는 데 그치면서 3차 총선까지 내다보게 됐다. 그러나 사회당은 세 번째 총선을 치를 경우 원내 3당인 포데모스(71석)에 2당 자리를 내줄 것을 우려해 라호이 총리 집권을 묵인하기로 했다.
다만 스페인 내에는 라호이 총리의 재집권에 불만을 표하는 야권 지지자들이 많아 라호이 총리가 기존의 우파적 정책노선을 계속해서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당이 다수당의 지위를 잃고 제3정당이 대거 등장한 원인이 2008년 금융위기 대응책으로 제시한 강도 높은 긴축재정정책이라는 분석이 많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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