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극단적 전망 엇갈려
클린턴 오차 범위 밖 확실한 우위
분석 기관 “선거인단 안정적 확보”
“클린턴 비호감 여전히 52% 달해
뜻밖의 변수 땐 대반전” 점치기도
2016년 미국 대선 투표일이 열흘 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승자 예측의 변동성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세 차례 TV토론에서의 우세를 바탕으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전반적인 지지율에서 앞서 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낮은 호감도와 위키리크스 이메일 폭로 등 잠재된 돌발 악재 때문에 역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을 99%로 전망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트럼프의 막판 뒤집기도 가능하다는 극단적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27일 미국 주요 언론과 선거 예측기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1차 TV토론 이후 클린턴 우세 구도가 계속되고 있다. 전국은 물론이고 주요 경합지 지지율 조사에서 클린턴이 오차 범위 밖의 우위를 지키고 있으며, 주별 선거인단 경쟁에서는 더욱 앞서는 형국이다.
정치분석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이날 현재 클린턴 후보의 평균 지지율은 48.5%로 트럼프(42.8%)를 5.7%포인트 차이로 앞선다고 분석했다. 이는 지지율 격차가 7.1%포인트까지 벌어졌던 지난 18일보다는 감소한 것이지만, 통계분석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차 범위를 벗어난 ‘확실한 우위’라는 평가다.
주요 경합지 지지율도 마찬가지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11개 경합주에서 클린턴(46.2%)의 평균 지지율이 트럼프(41.6%)를 4.6%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평가했다. 경합주 11곳 가운데 트럼프가 앞서는 지역은 아이오와(클린턴 39.8%ㆍ트럼프 44.6%), 오하이오(클린턴 45%ㆍ트럼프 46.2%) 두 곳에 불과했다. 워싱턴의 한 관계자는 “클린턴 우세 구도가 짙어지면서 공화당 텃밭으로 인식됐던 텍사스와 애리조나 주에서도 박빙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마다 승자독식제가 적용되어 배정되는 선거인단 경쟁에서는 클린턴의 우위 구도가 더욱 굳어진다. ‘쿡 리포트’, ‘프린스턴 일렉션 컨소시엄’, ‘크리스탈 볼’등 모든 분석기관이 클린턴이 전체 선거인단(538명) 가운데 당선에 필요한 270명 이상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쿡 리포트의 경우 클린턴이 278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반면, 트럼프는 179명에 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크리스털 볼은 26일 현재 주별 지지율을 분석한 결과, 클린턴이 최소 352명의 선거인단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비해 트럼프가 안정적으로 확보할 것으로 보이는 선거인단은 173명에 불과하며, 아이오와ㆍ유타 주는 승자를 가리기 힘든 경합지로 분류했다.
‘프린스턴 일렉션 컨소시엄’의 전망은 클린턴 입장에서는 더 화끈하다. 총 188개 여론조사를 집계한 결과, 클린턴이 확보할 것으로 보이는 선거인단 숫자(334명)가 이미 당선에 필요한 270명을 넘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지율 조사와 각 주에서 승리한 후보가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미국식 구조를 결합해 통계학적으로 추정한 결과, 클린턴이 11월8일 대선에서 이길 확률은 99%에 달한다고 밝혔다.
물론 일부 분석가들은 막판 대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클린턴에 대한 비호감도가 여전히 52%에 달하고 있기 때문에 남은 열흘 동안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진다면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후보와 그의 참모들도 “기존 여론조사로는 찾아 낼 수 없는 숨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선거 당일 대거 투표장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조지 W. 부시와 앨 고어가 맞붙은 2000년 대선에서도 당초 여론조사에서는 부시의 낙승이 예상됐으나, 실제 선거에서는 고어가 전국 득표율에서 앞서는 상반된 결과가 나타난 바 있다.
이 밖에도 자유당 게리 존슨, 녹색당 질 스타인 후보의 실제 득표율이 여론조사와 같을 지 여부도 백악관 주인공을 정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 현재 두 후보를 합친 지지율은 10% 내외인데, 2012년 대선에서 이들이 실제 획득한 표는 전체의 1.5%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 동안의 여론조사에서 ‘존슨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던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막판 ‘사표(死票) 방지’심리에 따라 트럼프로 돌아선다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셈이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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